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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막부정권은 왜 순순히 권력을 내려놓았을까

등록 2020-03-13 05:00수정 2020-03-13 09:53

메이지유신과 사대부적 정치문화
박훈 지음/서울대학교출판문화원·3만9000원

일본 막부권력의 마지막 쇼군 도쿠가와 요시노부는 왜 그렇게 순순히 권력을 포기했을까. 바꿔 말하면, 메이지유신은 어떻게 그렇게 평화적으로 진행될 수 있었을까.

박훈 서울대 동양사학과 교수가 메이지유신을 처음 공부할 때 품었던 의문은 일본의 근대화 과정을 들여다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가졌을 법한 궁금증이다. 200년 이상 지속한 권력이 아무런 저항 없이 스스로 권력을 내놓는 일은 유례를 찾기 어려운 특수한 광경이기 때문이다. “자신의 권력에 마지막까지 집착하여 스스로 붕괴하는 것이 일반적이지 않은가, (…) 왜 그렇게 많은 막신(幕臣)들이 큰 저항감도 없이 신정부에 협력했던 것일까.”

박 교수가 쓴 <메이지유신과 사대부적 정치문화>는 그 해답을 일반 사무라이들의 유학 학습과 그에 따른 ‘사대부적 정치문화’의 급격한 확산, 다시 말해 사무라이의 ‘사화’(士化) 또는 ‘정치화’에서 찾는다. 유학을 공부해 사대부가 된 사무라이들이 정치에 뛰어들면서 “일본 사회의 장래에 대한 어느 정도의 동의가 미리 형성되어 있었”기 때문에 메이지유신이라는 정치변혁의 과정에서 결정적인 대립을 피할 수 있었다는 해석이다.

“19세기 전반~중반 사무라이들의 모습을 사료를 통해 관찰해 볼 때 두드러진 것은 어떤 종류의 ‘근대성’의 출현이 아니라, 이들이 현저하게 ‘유교화’되어 가고 있었다는 점이다. 사료상에 나타난 19세기 일본은 유교(유학), 그중에서도 ‘주자학의 전성시대’였다. 즉 본래 유교에 적합하지 않은 병영국가적 성격을 갖고 있던 도쿠가와 체제는 ‘서구의 충격’ 이전에 이미 ‘유교적 영향’으로 인해 특히 정치 분야에서 동요, 변질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유교에 적합하지 않은 병영국가”의 사무라이가 유교화한 것은 무엇 때문일까. 박 교수는 이를 17세기 이후 지속한 “미증유의 장기 평화시대”의 결과라고 해석한다. “수백 년간 전사로서 존재의의를 유지해 오던 사무라이 계층”의 일거리가 사라진 것이다. 대신, 평화시대를 맞아 도시는 비대해지고 인구가 폭발적으로 늘면서 관료제가 촘촘하게 발달했다. 사무라이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하급 사무라이들 또는 일부 중급 사무라이들은 점점 이 방대한 관료 행정실무를 담당하는 서리가 되어 갔다. 현실에 불만을 느끼던 이들은 1750년대부터 급격히 늘어난 공립학교(번교)를 통해 유학을 접하면서 ‘학적 네트워크’를 형성하게 됐고, 이를 통해 정치에 참여하게 됐다는 분석이다.

박 교수는 지금까지 동양의 역사학자들이 서구의 ‘근대’를 기준으로 동양을 해석해 왔다며, ‘서구의 충격’을 일방적으로 강조하는 ‘근대주의적’ 설명 방법에서 벗어나려고 했다고, 집필 의도를 밝혔다.

이재성 기자 s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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