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제목에서 약간의 호기심이 생긴다. 물안경을 쓴 남자를 그린 표지도 제법 흥미롭다. 그런데 단지 이것만으로는 책의 인기를 설명하기엔 뭔가 부족해 보인다. 코로나19 때문에 어수선해진 사회 분위기를 잊고 싶은 욕구가 작동하는 것일까? 지치고 힘든 현실에 잠깐이라도 웃을 수 있는 책을 찾고 있는 걸까? 주요 서점의 베스트셀러 목록에서 <1㎝ 다이빙>이란 책을 발견하고 이 책의 인기가 무척 궁금해졌다. 그러다가 책의 홍보 문구에서 바로 답을 찾았다. ‘텀블벅 펀딩 프로젝트 1000% 달성! 출간 전부터 난리가 난 책!’
‘즐겁고 싶다면 와라! 야매행복 에세이 1㎝ 다이빙’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 텀블벅에서 <1㎝ 다이빙> 프로젝트는 꽤 인기가 높았던 모양이다. 텀블벅 사이트에 접속해서 ‘1㎝ 다이빙’을 검색해보면 ‘하루 만에 100% 달성 감사합니다! 이틀 만에 258% 달성 더 감사합니다!’라는 문구와 함께 ‘밀어주기가 마감되었습니다. 모인 금액 489만2000원 978%, 남은 시간 0초, 후원자 270명’이라는 펀딩 마감 결과를 확인할 수 있다. 총금액만 보면 그리 큰 후원금이 아닌 것처럼 느껴지지만, 이 프로젝트에 참여한 후원자들은 책 출간을 지지하면서 각자의 소셜미디어를 통해 열심히 사전 홍보에 동참했다. 이렇게 해서 프로젝트가 달성되면 후원자들은 일반 서점에서는 구할 수 없는 ‘한정판’ 디자인의 책을 리워드로 받을 수 있고, 자신이 지지하는 작가나 주제를 후원해 책이 세상에 나오는 데 기여했다는 뿌듯함까지 느낄 수 있다.
‘작가’와 ‘독자’를 ‘창작자’와 ‘후원자’라는 새로운 관계로 연결하는 텀블벅이 또 한 번 일을 내는 걸까? 텀블벅은 이미 2016년 밀리언셀러 <언어의 온도>와 2018년 베스트셀러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를 탄생시키며 크라우드 펀딩 연결 플랫폼으로의 존재를 세상에 알렸다. 물론 크라우드 펀딩으로 출간되는 책들이 모두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덕후들의 취향을 저격하는 책, 페미니즘이나 퀴어 등 소수자를 향한 지지와 응원의 의미를 담은 책, 기성 출판사가 좀처럼 출간할 수 없는 희귀한 주제의 책, 화려한 디자인의 팝업북 등이 주로 이러한 방식으로 출간되며, 그 가운데 상당수는 출간 자체에 의미를 둔다. 하지만 후원자들의 적극적인 지지와 공감을 이끌어내는 주제의 책들이 가끔 이렇게 의외의 사고를 치기도 한다.
‘텀블벅 펀딩 프로젝트 1000% 달성!’이라는 기록을 달성한 <1㎝ 다이빙>은 사실 주제나 내용이 지극히 단순하고 뻔하다. ‘1㎝ 다이빙’이란, 실제로 하는 다이빙은 아니고 비유다. 매일 똑같이 반복되는 루틴 같은 일상에서 단 1㎝만 벗어나도 의외의 행복을 발견할 수 있다면서 작은 일탈을 도모해보자고 소심하게 제안한다. “1호. 철없는 중학생 같은 서른살. 어쩌다 글을 썼다. 작가는 아니다. 2호. 세상 다 산 것 같은 스물여섯. 글 쓰는 일로 먹고산다. 근데 작가는 아니다.” 장난기 섞인 저자 소개만 봐도 책의 성격이 분명히 드러난다. 심각하거나 진지하지 않고 오히려 단순하고 뻔해서 누구나 쉽게 공감할 수 있는 책 <1㎝ 다이빙>. 단지 잠깐의 일탈을 도모하는 이 책이 일해도, 놀아도, 뭘 해도 불안한 20~30대 젊은 독자들의 구미를 당기고 있다.
홍순철 BC에이전시 대표, 북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