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생각] 한미화의 어린이책 스테디셀러
작은 아씨들
루이자 메이 올컷, 공경희 옮김/시공주니어(2007) 갑자기 모든 일상이 멈추었고 도리 없이 집에 머물고 있다. 이 시간을 견디려면 두꺼운 책이 필요하다. 수원의 작은 책방 마그앤그레가 온라인으로 준비한 ‘톨스토이 100일 읽기’를 신청했다. 그 전에 두툼한 <작은 아씨들>부터 읽기 시작했다. 비상식을 준비하는 마음으로 당분간 읽을 양식부터 챙겼다. 유년시절 동화를 만나지 못한 나는 <작은 아씨들>이나 <소공녀>에 얽힌 추억을 간직한 이들을 부러워했다. 어른이 돼서 읽으면 그때만큼 감미롭지 않기 때문이다. 이번에 <작은 아씨들>을 읽으며 주목한 점도 시대를 앞선 페미니즘적 시각이었다. 네 자매를 둘러싼 가정 이야기로 여겼지만 막상 읽어보니 어머니는 강인했고 조는 자유롭고 진취적인 여성이었다. 딸들에게 노동과 일의 가치를 강조하는 대목도 인상적이었다. 어머니는 네 자매에게 ‘매일의 노동은 건강과 힘, 희망을 가져다준다’고 가르친다. 아버지를 돌보기 위해 잠시 집을 떠나면서도 딸들에게 ‘일은 훌륭한 위로가 된다’고 당부한다. 1869년에 발표된 작품이니 마냥 급진적이지는 않다. <작은 아씨들>은 ‘더없이 착하고 교훈적인 책’이다. 남북전쟁이 일어나자 종군목사로 참여한 아버지는 네 자매에게 착한 딸이 되고, 의무를 성실히 이행하고, 마음속의 적과 용감하게 맞서고, 스스로를 아름답게 가꾸라고 이른다. 당대가 요구한 여성은 어디까지나 순종적이고 가정적인 여성이었고 소설은 이를 반영한다. 그럼에도 아버지가 부재하다는 상황은 흥미롭다. 작품은 아버지가 군대에서 고생을 하고 있으니 이번 크리스마스는 선물 없이 보내자는 어머니의 말에 다들 실망하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그로부터 1년 후 아버지가 집으로 돌아오며 이야기는 끝이 난다. 아버지도 없고 형편은 어렵지만 어머니와 네 자매가 머무는 집은 그 자체로 지상낙원이다. 둘째 조가 큰언니 메그가 결혼을 하는 걸 못마땅해 할 만큼 여자들만 사는 집은 완전하고 완벽하다. 페미니즘 문학의 시작으로 평가할 만한 설정이 아닐 수 없다. 물론 작품의 재미는 개성적인 네 자매로부터 나온다. 맏이인 메그는 여성스러운 숙녀인 데 반해 둘째 조는 작가 지망생이며 선머슴 같다. 셋째 베스는 선한 마음을 지녔지만 병약하고 넷째 에이미는 아름답지만 자존심이 강하다. 이렇게 개성이 뚜렷한 자매들이 서로를 돕고 어려움을 이겨내며 작은 아씨들로 성장한다. 이중 가장 사랑받는 캐릭터는 단연 조다. 조의 자유로움이 당대 여성들에게 대리만족을 안겼고 지금까지 <작은 아씨들>이 사랑받는 이유이기도 하다. 소설을 읽으며 ‘메그, 조, 베스, 에이미 중에 나는 누구와 비슷할까’ 하는 질문을 했다. 박애주의자 베스나 자유로운 영혼의 조는 일찍부터 탈락이다. 그렇다면 순종적인 메그와 자존심이 강한 에이미가 남는다. 이 답을 찾는 사이 겨울은 가고 봄이 올 테다. 초등 5학년부터. 출판 칼럼니스트
루이자 메이 올컷, 공경희 옮김/시공주니어(2007) 갑자기 모든 일상이 멈추었고 도리 없이 집에 머물고 있다. 이 시간을 견디려면 두꺼운 책이 필요하다. 수원의 작은 책방 마그앤그레가 온라인으로 준비한 ‘톨스토이 100일 읽기’를 신청했다. 그 전에 두툼한 <작은 아씨들>부터 읽기 시작했다. 비상식을 준비하는 마음으로 당분간 읽을 양식부터 챙겼다. 유년시절 동화를 만나지 못한 나는 <작은 아씨들>이나 <소공녀>에 얽힌 추억을 간직한 이들을 부러워했다. 어른이 돼서 읽으면 그때만큼 감미롭지 않기 때문이다. 이번에 <작은 아씨들>을 읽으며 주목한 점도 시대를 앞선 페미니즘적 시각이었다. 네 자매를 둘러싼 가정 이야기로 여겼지만 막상 읽어보니 어머니는 강인했고 조는 자유롭고 진취적인 여성이었다. 딸들에게 노동과 일의 가치를 강조하는 대목도 인상적이었다. 어머니는 네 자매에게 ‘매일의 노동은 건강과 힘, 희망을 가져다준다’고 가르친다. 아버지를 돌보기 위해 잠시 집을 떠나면서도 딸들에게 ‘일은 훌륭한 위로가 된다’고 당부한다. 1869년에 발표된 작품이니 마냥 급진적이지는 않다. <작은 아씨들>은 ‘더없이 착하고 교훈적인 책’이다. 남북전쟁이 일어나자 종군목사로 참여한 아버지는 네 자매에게 착한 딸이 되고, 의무를 성실히 이행하고, 마음속의 적과 용감하게 맞서고, 스스로를 아름답게 가꾸라고 이른다. 당대가 요구한 여성은 어디까지나 순종적이고 가정적인 여성이었고 소설은 이를 반영한다. 그럼에도 아버지가 부재하다는 상황은 흥미롭다. 작품은 아버지가 군대에서 고생을 하고 있으니 이번 크리스마스는 선물 없이 보내자는 어머니의 말에 다들 실망하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그로부터 1년 후 아버지가 집으로 돌아오며 이야기는 끝이 난다. 아버지도 없고 형편은 어렵지만 어머니와 네 자매가 머무는 집은 그 자체로 지상낙원이다. 둘째 조가 큰언니 메그가 결혼을 하는 걸 못마땅해 할 만큼 여자들만 사는 집은 완전하고 완벽하다. 페미니즘 문학의 시작으로 평가할 만한 설정이 아닐 수 없다. 물론 작품의 재미는 개성적인 네 자매로부터 나온다. 맏이인 메그는 여성스러운 숙녀인 데 반해 둘째 조는 작가 지망생이며 선머슴 같다. 셋째 베스는 선한 마음을 지녔지만 병약하고 넷째 에이미는 아름답지만 자존심이 강하다. 이렇게 개성이 뚜렷한 자매들이 서로를 돕고 어려움을 이겨내며 작은 아씨들로 성장한다. 이중 가장 사랑받는 캐릭터는 단연 조다. 조의 자유로움이 당대 여성들에게 대리만족을 안겼고 지금까지 <작은 아씨들>이 사랑받는 이유이기도 하다. 소설을 읽으며 ‘메그, 조, 베스, 에이미 중에 나는 누구와 비슷할까’ 하는 질문을 했다. 박애주의자 베스나 자유로운 영혼의 조는 일찍부터 탈락이다. 그렇다면 순종적인 메그와 자존심이 강한 에이미가 남는다. 이 답을 찾는 사이 겨울은 가고 봄이 올 테다. 초등 5학년부터. 출판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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