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여성 시인 에이드리언 리치 시집
여성들의 ‘공통 언어를 향한 꿈’ 노래
레즈비언의 사랑과 욕망 솔직히 그려
“결혼은 독신보다 더 외로워”
“우리는 이것을 꿈꿔왔다 모두의 삶”
“여성이 자유로워야 진짜 혁명이다”
여성들의 ‘공통 언어를 향한 꿈’ 노래
레즈비언의 사랑과 욕망 솔직히 그려
“결혼은 독신보다 더 외로워”
“우리는 이것을 꿈꿔왔다 모두의 삶”
“여성이 자유로워야 진짜 혁명이다”

에이드리언 리치 지음, 허현숙 옮김/민음사·1만3000원 미국의 레즈비언 시인 겸 운동가 에이드리언 리치(1929~2012)의 시집 <공통 언어를 향한 꿈>(1978)이 민음사 세계시인선 37번째 권으로 번역돼 나왔다. 에이드리언 리치는 1953년 하버드대 경제학과 교수 앨프리드 해스컬 콘래드와 결혼해 세 아들을 낳았으며, 시를 쓰고 강의를 하는 한편 남편과 함께 반전운동과 흑인 민권운동 등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그러나 1970년 남편과 별거를 시작했고 남편이 자살을 택하는 바람에 리치는 남편을 죽음으로 몰고 간 악녀로 몰리기도 했다. 1976년부터는 자메이카 출신 여성 작가 미셸 클리프와 평생의 반려가 되어 같이 살았다. 1974년부터 1977년까지 쓴 작품을 모은 이 시집은 남성 지배 사회에서 자기 언어를 잃어버린 여성의 자각과 싸움을 평이하면서도 강력한 언어로 노래한다. “우리는 스스로 굶어 죽고/ 서로를 굶겨 죽인다, 우리는 잔뜩 겁에 질린다—/ 우리가 갈망하면서도 되기 두려워하는 어머니들처럼/ 우리의 사랑을 가지고, 그것을 도시에, 세상에 뿌리면,/ 그 분무액을 휘둘러/ 독과 기생충, 쥐 그리고 병원균을 파괴하면 어떻게 될지에 대해서.”(‘굶주림’ 부분) “그는 여성을 믿어. 하지만 그는 우리를 뜯어먹고 살지,/ 그들 모두가 그렇듯. 그의 인생 전체, 그의 예술은/ 여성의 보호를 받아. 우리 중 누가 그렇게 말할 수 있을까?/ (…) / 결혼은 독신보다 더 외로워.”(‘파울라 베커가 클라라 베스토프에게’ 부분) 시 ‘굶주림’의 인용한 대목 바로 뒤에서 리치는 “세상을 먹여 살리겠다는 결정이야말로/ 진짜 결정이다. 어떤 혁명도/ 그것을 택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그 선택은/ 여성이 자유로워야 함을 요구하므로”라며, 굶주림으로 상징되는 세상의 빈곤과 억압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여성의 자유와 해방이 선결돼야 한다는 사실을 강조한다. “우리 각자 그녀 내면의 비명에 귀 기울이게 하는/ 길거리 저 너머 매 맞는 누군가의 비명”(‘의식의 기원과 역사’)이 엄연한 상황에서 진정한 자유와 해방은 요원하기 때문이다. 독일의 표현주의 화가 파울라 베커(1876~1907)가 시인 라이너 마리아 릴케와 결혼했다가 이혼한 조각가 클라라 베스토프(1878~1954)에게 보내는 편지 형식을 취한 ‘파울라 베커가…’는 남성 예술가에게 착취당하는 여성 예술가의 현실을 고발하며 여성 예술가의 독립과 연대를 촉구한다. “클라라, 우리 힘은 여전히/ 우리가 이야기 나누던 것들에 있어./ 삶과 죽음이 어떻게 서로의 손을 잡는지,/ 진리를 향한 투쟁, 죄에 맞서고자 했던 우리의 옛 맹세./ 그래서 나는 지금 새벽과 새로운 날이 오는 걸 느껴.”

미국의 레즈비언 시인 겸 운동가 에이드리언 리치의 시집 <공통 언어를 향한 꿈>이 번역돼 나왔다. “두 여성이 함께하는 것은 어떤 문명도/ 쉽게 해 준 적 없는 과업”이라고 리치는 썼다. <한겨레> 자료사진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