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투표했어!
마크 슐먼 글, 세르주 블로크 그림, 정회성 옮김/토토북·1만2000원
어느날 놀이공원을 폐쇄하고 ‘어린이 입장 금지’ 팻말이 붙어 있다면? 어린이들이 정말 싫어할 일이 벌어졌다. 왜 이렇게 됐을까? 거슬러 올라가면 이런 결정을 내린 대표를 뽑은 선거에 가닿는다. 세상을 좋게 바꾸려면 꼼꼼히 따져보고 좋은 생각을 지닌 대표를 뽑아야 한다.
선거철이다. 곧 개학을 하면 학급마다 회장 선거가 벌어진다. 나라에서는 4년마다 국회의원을 뽑는 4·15 총선거를 한 달여 앞두고 있다. 마침 선거연령이 18살로 낮아진 첫 선거다. ‘교복 입은 유권자’의 선택이 세상을 어떻게 바꿀지 관심이 높다. 학교는 당장 선거교육의 필요성이 높아졌다. 하지만 학교가 주관하려던 ‘모의선거교육’은 법 위반 논란을 불러왔고, 사회 교과서에 포함된 ‘민주주의와 정치’ 편은 입시 위주 교육에서 찬밥 신세다. 최근 출간된 민주주의와 선거에 대한 어린이와 청소년을 위한 책 3권은 단계별 선거교육의 좋은 예시가 될 것으로 보인다.
<나도 투표했어!>는 볼로냐 라가치상 수상 작가 세르주 블로크의 명료한 그림과 함께 처음 배우는 투표 이야기다. 우리보다 앞서 민주주의를 꽃피운 서구에서는 어릴 적부터 ‘투표의 힘’을 다양한 방식으로 교육한다. 이 책은 유치원부터 초등 저학년에 딱 맞는 눈높이로 선거의 의미를 알려준다. 짧은 글과 재밌는 상황의 그림이 맞물려 머리에 쏙쏙 들어오게 한다. 유권자의 선택, 다수결의 원칙, 비밀투표, 민주주의와 같은 어려운 말은 찾아볼 수 없다.
가령 이런 식이다. 아이스크림과 양파 중에 고르라면? 이런 선택은 시시하다. 양파를 던져버릴 테니까. 양파를 컵케이크로 바꾸면? 보다 신중하게 득실을 따져야 한다. 여럿이서 무언가를 선택하려 한다면? 의견을 모으는 방법으로서 투표란 개념이 자연스레 연결된다. 내가 반 이름으로 토끼반을 원한다면, 거북이반이란 이름을 원하는 친구의 생각을 바꾸도록 설득해야 한다. 투표는 곧 나의 생각을 전달하는 민주주의 과정임을 알려준다. 미국 상황에 맞춰 그린 원서를 한국어판에서는 그림작가가 직접 수정해 한국 상황에 맞췄다.
초등 고학년이라면 이 책을 보자. <민주주의와 선거>(오진원 지음, 현북스)는 왕이 주인이던 나라에서 국민이 주인인 나라가 되었어도 모두가 쉽게 얻을 수 없었던 참정권 쟁취의 역사를 담았다. 4·19 혁명을 촉발한 3·15 부정 선거에서 100% 찬성으로 대통령을 당선시킨 체육관 선거, 1987년 민주화 항쟁으로 얻어낸 대통령 직접 선거 등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역사도 일목요연하게 알려준다.
<새내기 주권자를 위한 투표의 지혜>(손석춘 지음, 철수와영희)는 청소년들의 선거교육 길잡이로 손색없다. 정치 경제 통일 등 한국사회가 직면한 문제를 풀려면 주권자가 선택하는 한 표에서 시작됨을 강조한다.
권귀순 기자
gskwon@hani.co.kr, 그림 토토북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