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따뜻한 밥상
허기복 지음. 미디어윌 펴냄. 9800원.
허기복 지음. 미디어윌 펴냄. 9800원.
잠깐독서
‘허기진’이란 별명의 가난한 신학도. 청년은 닳을대로 닳은 신발이 해질까봐 남몰래 양손에 들고 다녔다. 꿰맨 곳마저 너덜거렸지만 지갑엔 돈이 없다. 그 텅빈 지갑이 싫어 종이에다 1억이라고 써서 넣고 다녔다. ‘예수그리스도 은행 총재’가 발행한 공수표다. 가난에 정면 도전하는 오기를 운명의 선물로 물려받은 청년은 “세상에서 가장 낮은 사람들과 함께하는 목사가 되겠노라”고 자신과 약속한다.
원주 밥상공동체를 8년째 꾸리고 있는 허기복 목사가 전하는 밥 한 그릇의 사랑과 연탄 한 장의 희망 나눔 이야기, ‘세상에서 가장 따뜻한 밥상’은 그렇게 해서 차려진다.
그를 교회 밖으로 끌어낸 건 어느 겨울날 역전에서 만난 걸인이다. 그가 내민 까만 손과 대비되는 자신의 윤기나는 구두가 21년 전 낡디 낡은 구두보다 초라해 보였다고 고백한다. 부끄러움을 밑천으로 노숙자 무료급식이 시작됐고 지금껏 허기진 40만명과 밥을 나눴다. 1998년 본격적으로 둥지를 튼 곳, 쌍다리는 의미가 각별하다. 굶는 이들이 축제처럼 당당히 먹을 수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이는 나눔철학에 가닿는다.
“그들을 먹이고 입히는 것은 끝이 아니라 시작에 불과하다.” ‘밥짱 목사’는 한 사람 한 사람이 하나의 인격체로 다시 서길 바랐다. 그러다보니 밥 퍼주는 손은 연탄 나르는 손으로 이어졌으며 노숙자들의 자활일터인 보물상(고물상), 구두대학, 집수리센터와 극빈층에게 무담보 무이자 대출을 해주는 신나는 은행으로 가지를 쳤다.
과정에서 만난 사람들은 꽃보다 아름답다. “하나님이 아버지라면 목사님은 엄마야.” 아흔 할아버지의 애교는 기꺼이 자신을 태우는 ‘연탄 한장’이 되게 했다. 허 목사의 신나는 아이디어는 끝이 없어 ‘밥상’만 차린 게 아니다. ‘어쩌다길목청소상’ ‘방귀뿡상’ ‘근심뚝상’ ‘술조심하기상’ ‘다툰사람말린상’…. 평생 상 한번 못받아본 어르신들은 그 상장을 가슴에 품고 잠을 설친다니, 기적은 큰 게 아닌 모양이다.
허 목사는 자신은 단지 행복의 전달자일 뿐이라고 한다. 봉사에 중독된 사람이 없으면 나눔은 불가능하기에 그렇다. 나눌수록 채워진다는 그의 소유론의 동력은 희망이다. “희망에는 쉼표, 물음표는 있을지언정 마침표는 없다.”
권귀순 기자 gskw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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