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념비적 고전으로, 생태사상가 반다나 시바와 사회학자 마리아 미스가 함께 지어 1993년 첫선을 보인 <에코페미니즘>의 개정판(창비)이 나왔습니다. 이 책은 서문부터 가장 중요한 선언을 합니다. “오직 연계하라.”
2020년 2월, 한국 사회에서는 ‘잘못된 연계’도 드러났습니다. 대규모 모임이나 만남이 전염병 확산의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코로나19 바이러스는 오늘날 우리에게 ‘어떤 연계’가 중요한 것인지 가르침을 주는 듯도 합니다.
쏟아지는 이야기들 속에 다독가들이라면 지식의 유통이나 담론의 흐름에 관심을 기울일 것 같습니다. 특히 감염병 유행기는 각종 의료·신체 담론의 경합이 치열한 시기이니까요. ‘배운 사람들’은 한국 질병관리본부(KCDC)의 당부와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 세계보건기구(WHO)의 권고사항을 꼼꼼히 비교하며 토론에 열을 올립니다. 마스크를 쓰라는 권고가 일반적이지만 ‘선진’ 의료 담론을 보면 노약자에겐 마스크 착용이 오히려 위험할 수 있다고도 합니다. 백신은 부작용 탓에 있어도 걱정, 없어도 문제입니다. 전염병 시대엔 모두가 자신과 남의 행동을 감시하고 통제하며 혼란에 빠져들 수밖에 없습니다.
한발 물러서 질병과 건강의 문제를 사유하는 것도 필요해 보입니다. 새 책 <세벽 세 시의 몸들에게>는 환자와 돌보는 이가 고립되지 않고 시민으로 연결되는 일의 중요성을 다급하게 일깨웁니다. 이제 한국 사회에선 ‘시민’이 보인다고들 합니다. 이리 와달라고 요청하는 목소리에 달려가고, 서로 힘내라는 말을 전합니다. 건물주는 세를 깎아주고 주민은 마스크를 나눕니다. 서로 곁을 내어주면서 말을 걸고 관계를 회복하려는 시도는 바이러스보다 더 강력한 전파력을 갖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오직 연계하라”는 말을 사람들은 제대로 실천하고 있습니다.
이유진 책지성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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