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문화 책&생각

시민으로 연계하라

등록 2020-02-28 05:59수정 2020-02-28 10:34

[책&생각] 책거리

기념비적 고전으로, 생태사상가 반다나 시바와 사회학자 마리아 미스가 함께 지어 1993년 첫선을 보인 <에코페미니즘>의 개정판(창비)이 나왔습니다. 이 책은 서문부터 가장 중요한 선언을 합니다. “오직 연계하라.”

2020년 2월, 한국 사회에서는 ‘잘못된 연계’도 드러났습니다. 대규모 모임이나 만남이 전염병 확산의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코로나19 바이러스는 오늘날 우리에게 ‘어떤 연계’가 중요한 것인지 가르침을 주는 듯도 합니다.

쏟아지는 이야기들 속에 다독가들이라면 지식의 유통이나 담론의 흐름에 관심을 기울일 것 같습니다. 특히 감염병 유행기는 각종 의료·신체 담론의 경합이 치열한 시기이니까요. ‘배운 사람들’은 한국 질병관리본부(KCDC)의 당부와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 세계보건기구(WHO)의 권고사항을 꼼꼼히 비교하며 토론에 열을 올립니다. 마스크를 쓰라는 권고가 일반적이지만 ‘선진’ 의료 담론을 보면 노약자에겐 마스크 착용이 오히려 위험할 수 있다고도 합니다. 백신은 부작용 탓에 있어도 걱정, 없어도 문제입니다. 전염병 시대엔 모두가 자신과 남의 행동을 감시하고 통제하며 혼란에 빠져들 수밖에 없습니다.

한발 물러서 질병과 건강의 문제를 사유하는 것도 필요해 보입니다. 새 책 <세벽 세 시의 몸들에게>는 환자와 돌보는 이가 고립되지 않고 시민으로 연결되는 일의 중요성을 다급하게 일깨웁니다. 이제 한국 사회에선 ‘시민’이 보인다고들 합니다. 이리 와달라고 요청하는 목소리에 달려가고, 서로 힘내라는 말을 전합니다. 건물주는 세를 깎아주고 주민은 마스크를 나눕니다. 서로 곁을 내어주면서 말을 걸고 관계를 회복하려는 시도는 바이러스보다 더 강력한 전파력을 갖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오직 연계하라”는 말을 사람들은 제대로 실천하고 있습니다.

이유진 책지성팀장 frog@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문화 많이 보는 기사

‘창고 영화’ 다 털어냈더니…내년 극장가 빈털터리 될 판 1.

‘창고 영화’ 다 털어냈더니…내년 극장가 빈털터리 될 판

민희진, 디스패치 기자 고소… “지속적으로 거짓 사실을 기사화” 2.

민희진, 디스패치 기자 고소… “지속적으로 거짓 사실을 기사화”

“하도 급해서 서둘렀다…이승만 존경하는 분들 꼭 보시라” 3.

“하도 급해서 서둘렀다…이승만 존경하는 분들 꼭 보시라”

능력은 살벌한데 ‘삐리한’ 이 가족, 정체가 뭐지? 4.

능력은 살벌한데 ‘삐리한’ 이 가족, 정체가 뭐지?

어도어와 계약 해지한 뉴진스, 왜 소송은 안 한다 했을까 5.

어도어와 계약 해지한 뉴진스, 왜 소송은 안 한다 했을까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