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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2300쪽 이 미친(?) 사사, 수류산방과 매일유업이어서 가능”

등록 2020-02-12 17:21수정 2020-02-18 10:11

수류산방 박상일 방장·심세중 실장
3년 공들인 매일유업 사사 ‘매일 50’
권위 있는 독일 아이에프 디자인상
낙농업 50년 방대한 자료 5권에
민음사 워터프루프북도 함께 받아
수류산방 박상일 방장(왼쪽)과 심세중 실장. 수류산방 제공
수류산방 박상일 방장(왼쪽)과 심세중 실장. 수류산방 제공
유유자적한 분위기를 풍기는 회사 이름과 달리, 계절도 잊고 북악산 자락 사무실에서 코 박고 밤을 새우는 책쟁이들이 있다. 출판사 수류산방의 박상일 방장과 심세중 실장. 2003년부터 17년 동안 팔리는 책보다 고유의 빛깔과 광채를 담은 책을 만드는 데 애써온 두 사람에게 낭보가 전해졌다. 3년간 공들여 만들어온 ‘매일유업’ 창사 50주년 기념 사사(社史) <매일 50>이 ‘2020 아이에프(iF·인터내셔널 포럼) 디자인 어워즈’의 커뮤니케이션 부문에서 상을 받게 된 것이다. 아이에프 디자인 어워즈는 독일의 독립기구인 인터내셔널 포럼 디자인 주최로 1953년부터 시작된 디자인계의 권위 있는 상이다.

보통 기업의 역사를 다룬 사사는 창업주의 치적 등 홍보 목적으로 제작되는 것이 보통이다. 그러나 매일유업과 수류산방은 달랐다. 이들은 의뢰를 받았던 2016년 12월의 이른 아침을 기억한다. “밤샘 야근으로 정신이 얼떨떨한 와중에 옆집 아저씨처럼 수수한 차림의 김정완 매일유업 회장님이 사무실에 들어오셨어요. ‘한국 낙농사를 좀 정리했으면 좋겠어요’라는 간결한 요청이었죠. 이로써 창업 50주년을 맞는 2019년까지 매일유업 사사를 통해 한국 낙농 역사를 정리하는 대 프로젝트가 시작되었습니다.”

무엇보다도 <매일 50>이 가지는 의미는 방대한 아카이빙이다. 이들은 한국에 우유와 유가공이 들어온 때부터 최근까지 관련 있는 사람들 즉 젖소를 키우는 사람들, 소비자, 기업 대표, 협력사, 전현직 임원·직원들을 인터뷰했다. 그동안 낙농업과 매일유업에 관련된 신문·잡지 기사와 논문도 샅샅이 훑었다. “자료를 정직하게 집적하는 일, 누구나 쉽게 읽도록 엮는 일이 중요했어요. 매일유업은 노사분쟁, 같은 ‘흑역사’를 담는 것도 허락해주셨어요.”

한국의 낙농·축산 역사는 2000여편의 기사, 200자 원고지 3800매 분량의 인터뷰, 5800여 가지 사진으로 정리돼 마치 한 시대의 신문을 읽듯이 꾸며졌다. 1969년부터 10년 단위로 끊어 2300쪽에 이르는 지면이 5권으로 나뉘어 묶였다. 또한 일상에서 손쉽게 볼 수 있도록 요약본 <연대기>와 <생태학> 2권도 만들었다.

이 책의 특징은 누구라도 보면 입이 딱 벌어지는 어마무시한 ‘물성’이다. 가로 26㎝, 세로 42㎝ 크기는 한국에서 산업적으로 제본이 가능한 가장 큰 규격이다. “한국에서 이 책을 제본할 수 있는 공장은 단 1곳밖에 없어요.” 종이는 모두 가벼운 천연 재생용지를 사용해 크기에 비해 날렵한 느낌을 살렸다. 책들은 기업의 로고 엠(M)을 상징하는 증정용 케이스에 담겼고, 이는 다른 용도로도 사용할 수 있는 천 가방에 다시 넣을 수 있도록 했다. 심세중 실장은 “‘우유배달’에 대한 가벼운 재해석”이라고 말했다. “봉준호 감독의 오스카 수상엔 비할 수 없지만 이 미친(!) 사사를 만들 수 있는 곳은 수류산방과 매일유업 밖에 없다는 사실을 지난 32개월 동안 깨달았고 이를 인정받게 돼 무척 기쁩니다.”

한편 수류산방의 <매일 50>과 함께 민음사의 ‘워터프루프북’ 시리즈도 아이에프 디자인 어워즈 커뮤니케이션 분야의 상을 받았다. 이 시리즈는 친환경 소재의 미네랄 페이퍼를 이용해 책이 물에 약하다는 한계를 참신하게 극복한 사례로 많은 독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이주현 기자 edign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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