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인: 밤의 일기
조제프 퐁튀스 지음, 장소미 옮김/엘리·1만5500원 프랑스 작가 조제프 퐁튀스(42·사진)의 소설 <라인>은 형식상으로는 소설이라기보다는 시에 더 가깝다. 쉼표나 마침표가 없이 짧게 행갈이 된 문장들로 이루어진 것이다. 수산물 가공식품 공장과 도축장에서 임시직 노동자로 일한 작가 자신의 경험을 담았는데, 일인칭 주인공의 경험과 사유가 주가 된다는 점에서도 소설보다는 서정시에 더 가까워 보인다. 제목 ‘라인’은 그가 일하는 식품 공장의 작업 공정을 가리킴과 동시에 시처럼 행갈이 된 문장을 뜻하기도 한다. “나는 일하듯 글을 쓴다/ 연속으로/ 라인을 바꾸어가며”라는 구절에 제목의 그런 중의적 의미가 담겼다. 퐁튀스는 고등사범학교 준비반 출신 엘리트로 파리 외곽에서 십년 남짓 특수지도사로 일하다가 결혼을 위해 프랑스 서부 해안도시 로리앙으로 갔다. 그곳에서 전공 분야의 일자리를 찾지 못한 그는 직업중개소에 임시직 노동자로 등록했고 거기서 소개해 준 식품 공장에서 일을 시작한다. 키가 무려 2미터에 이르는 거구인 그로서도 힘에 부치는 육체노동의 세계에 입문한 것이다. “공장이 내 육체를 무너뜨렸어/ 내 확신도/ 내가 알던 노동과 휴식/ 피로감/ 기쁨/ 인류애에 대한 것들까지”
“나는 글을 쓰기 위해 그곳에 가지 않았다/ 돈을 벌기 위해 갔다”고 작가는 쓰는데, 그로서는 노동의 고통과 피로감을 잊기 위해서라도 글을 써야만 했다. 어머니에게 보낸 편지 형식의 글에서 그는 어머니 덕분에 좋은 교육을 받았음에도 결국 공장 노동자로 살게 된 데 대한 자괴감을 감추지 않지만, 그럼에도 “바로 그 공부 덕분에/ 내가 그나마 버티고 있고 글을 쓰고 있다”는 사실을 강조한다. 레일에 매달린 100킬로그램짜리 고깃덩이 여덟개를 한꺼번에 떠미는 노동을 “끝도 없이” 하느라 척추가 비명을 지르면 그는 샤를 보들레르의 시구를 빌려 제 육신을 달랜다. “얌전히 있어다오 오 나의 고통이여/ 더 조용히 버텨다오”
그는 자신이 카를 마르크스가 말한 ‘실업예비군’이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고, 임시직인 자기로서는 꿈도 꾸지 못할 정규직 노동자들의 파업을 시샘하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노동자들에 대한 동지애와 연대를 잊지 않는다. “노예살이는 기껍고/ 거의 행복하다// 공장이 나를 차지했다”고 그는 자조적으로 쓰는데, 노동의 경험을 글로 쓰는 한 그는 자유롭고 고귀하다.
“유일하고 진정한 자유는 내면에 있다/ 공장이여/ 너는 내 영혼을 갖지 못할 것이다/ 나는 여기 존재하고/ 너보다 가치가 있다/ 너 때문에 가치가 있다”
최재봉 선임기자 bong@hani.co.kr
조제프 퐁튀스 지음, 장소미 옮김/엘리·1만5500원 프랑스 작가 조제프 퐁튀스(42·사진)의 소설 <라인>은 형식상으로는 소설이라기보다는 시에 더 가깝다. 쉼표나 마침표가 없이 짧게 행갈이 된 문장들로 이루어진 것이다. 수산물 가공식품 공장과 도축장에서 임시직 노동자로 일한 작가 자신의 경험을 담았는데, 일인칭 주인공의 경험과 사유가 주가 된다는 점에서도 소설보다는 서정시에 더 가까워 보인다. 제목 ‘라인’은 그가 일하는 식품 공장의 작업 공정을 가리킴과 동시에 시처럼 행갈이 된 문장을 뜻하기도 한다. “나는 일하듯 글을 쓴다/ 연속으로/ 라인을 바꾸어가며”라는 구절에 제목의 그런 중의적 의미가 담겼다. 퐁튀스는 고등사범학교 준비반 출신 엘리트로 파리 외곽에서 십년 남짓 특수지도사로 일하다가 결혼을 위해 프랑스 서부 해안도시 로리앙으로 갔다. 그곳에서 전공 분야의 일자리를 찾지 못한 그는 직업중개소에 임시직 노동자로 등록했고 거기서 소개해 준 식품 공장에서 일을 시작한다. 키가 무려 2미터에 이르는 거구인 그로서도 힘에 부치는 육체노동의 세계에 입문한 것이다. “공장이 내 육체를 무너뜨렸어/ 내 확신도/ 내가 알던 노동과 휴식/ 피로감/ 기쁨/ 인류애에 대한 것들까지”

©Gwenaël Saliou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