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작권 3년 양도’ 등 독소조항 화근
출판권 1년으로 낮췄지만 파장 여전
김금희 등 “내 이름 더는 거론 말라”
“문학사상, 진심어린 사과 부족” 비판
출판권 1년으로 낮췄지만 파장 여전
김금희 등 “내 이름 더는 거론 말라”
“문학사상, 진심어린 사과 부족” 비판
김금희 등 우수상 선정 작가의 수상 거부에서 촉발돼 지난해 대상 수상자인 윤이형의 작가 활동 중단 선언, 권여선·박상영 등 동료 작가들의 보이콧 등으로 이어진 ‘이상문학상 사태’가 4일 이 상을 주관하는 ㈜문학사상의 입장 발표로 일단락됐다. 핵심은 올해 시상을 하지 않는다는 것. 1977년 김승옥의 중편 ‘서울의 달빛 0장’을 시작으로 지난해까지 43차례 시상하면서 한국을 대표하는 문학상으로 자리잡은 이상문학상이 사상 처음으로 시상을 포기한 것은 사태의 엄중함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이상문학상 사태의 가장 직접적인 원인은 대상과 우수상 수상자에게 요구한 ‘저작권 3년 양도’라는 독소 조항이었다. 수상작의 출판권을 3년 동안 출판사가 독점적으로 행사하며, 수상작은 수상 작가의 개인 작품집 등에 표제작으로 쓸 수 없다는 내용이다. 이런 조건을 대상 수상작에 요구하는 것도 과했지만, 출판사 쪽에서 그 적용 범위를 우수상 수상작으로까지 넓히면서 문제가 커졌다. 윤이형이 지난달 31일 공개한 글에 따르면 문학사상은 여러 해 전부터 이런 요구를 우수상 수상작에도 적용했고, 작가의 요청이 있을 경우에만 접는 식으로 일을 처리해왔다. 또 출판사의 담당 직원이 내부에서 막을 수 있을 때에는 작가에게 요구서가 가지 않기도 하는 등 그 운영이 자의적이고 들쑥날쑥했다.
작가들의 수상 거부와 지지 선언이 잇따르자 문학사상은 4일 발표한 입장문에서, ‘저작권 3년 양도’를 ‘출판권 1년 설정’으로 정정하고 적용 대상도 대상 수상작에 한정하겠다고 밝혔다. 대상 수상작을 작가 작품집의 표제작으로 삼지 못하게 한 규제 역시 수상 뒤 1년간으로 한정하기로 했다. 출판사는 남아 있는 이런 규제를 두고 “최소한의, 문학상 운영을 감안한 부득이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이상문학상이 문학적 평가와 상업적 성공을 아울러 거두면서 비슷한 성격의 문학상이 여럿 생겨났고 독점적 지위도 흔들렸다. 새로운 독자층과 문학 플랫폼의 출현에 따라 문학상 수상 작품집 자체의 상업성도 예전만은 못하다.
하지만 문학사상의 입장 발표로 사태가 완전히 마무리됐다고 보기는 어렵다. 처음 문제를 제기한 김금희는 이날 저녁 “수상자, 수상 후보, 심사 대상 어디에도 제 이름이 거론되는 일은 없었으면 한다”는 글을 트위터에 올렸고, 최은영·황정은도 같은 취지로 트위터에 글을 올렸다. 윤이형 역시 “지켜보겠다”며 여지를 남겼다. 작가들은 사태가 한 달 가까이 진행되도록 방치한데다 진심 어린 사과가 부족했다는 점에서 여전히 문학사상을 비판하고 있다. 여기에다가, 이상문학상 예심 과정의 투명성과 공정성 확보도 여전히 과제로 남아 있다.
출판 단체들도 회원 출판사의 문제를 점검하는 등 바쁘게 움직이며 이번 사태에 대한 유감을 나타냈다. 대한출판문화협회가 4일 입장문을 낸 데 이어 5일 한국출판인회의도 입장문을 내 “창작자와 출판사의 대결 구도로 비화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며 “동반자적인 우정과 연대로 문화를 지속 발전시켜야 한다”고 밝혔다.
최재봉 선임기자 b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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