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일야방성대학
고광률 지음/나무옆의자·1만4000원
“대체 이 대학의 주인이 누굽니까?”
고광률의 소설 <시일야방성대학> 앞부분에서 지방 소재 일광대학 설립자의 아들이자 총장인 모도일은 대학 설립 공신으로 총장 자리를 노리는 실세 교수 주시열에게 이렇게 냅다 소리를 지른다.
“등록금 90퍼센트, 기부금 3퍼센트, 재단 전입금 7퍼센틉니다. 막말로 자본주의사회에서 90퍼센트의 재정을 담당하는 게 학생이니까, 주인이나 마찬가지네요.”
소설이 좀 더 진행된 뒤, 학생 편입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이는 일광대 의과대학 학생회장은 1회 졸업생 선배이기도 한 의대 학장 윤우에게 이렇게 대거리한다. 학생회장의 말은 물론 모도일 총장의 질문에 대한 답으로 나온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대학의 주인이 누구인지 묻는 총장의 질문과, 대학의 주인을 자처하는 학생회장의 대꾸는 <시일야방성대학>의 꼬이고 뒤틀린 세계로 안내하는 표지판으로서 유용해 보인다.
대학 교수 사회의 이전투구를 그린 장편소설 <시일야방성대학>의 작가 고광률. 고광률 작가 제공
망해 가는 나라를 걱정하는 우국충정을 담은 위암 장지연의 논설문을 비튼 제목에서 짐작하다시피, 이 소설은 오늘날 대학이 놓인 절체절명의 위기를 배경으로 삼는다. 대학의 위기를 불러온 원인은 여럿이겠지만, 작가가 주목하는 것은 그중에서도 교수 사회의 문제점이다. 소설에는 주시열과 윤우 말고도 많은 교수가 나온다. 주요 보직을 맡고 있는 교수들을 비롯해 다양한 전공과 배경을 지닌 이들의 공통점은 학내의 권력 관계에 민감하다는 것. 이들은 모도일 총장과 주시열 교수를 정점으로 한 권력 투쟁에 크고 작은 지분을 지닌 채 참전하여 이전투구를 일삼는다. 교육부의 재정지원제한대학 가선정, 이에 따른 학생들의 총장 퇴진 시위와 총장실 점거 같은 외부 요인은 철저히 권력 투쟁에서 지니는 의미 여하로 판단될 뿐이다. 여기에다가 지역의 양대 유력 고교 출신 인맥, 설립자 가족 및 친인척들의 전횡 등이 얽히면서 교수들 간의 암투는 점입가경으로 치닫는다.
소설의 다른 한 축은 이 대학 1회 졸업생으로 비정년 교원인 공민구를 둘러싼 상황이다. 일광대학 35년사 집필 및 편집위원이었을 뿐 실권은 없었던 그가 예산 과다 책정과 집행 혐의로 조사를 받게 된 것. 그의 혐의는 실제로는 교수들의 암투와 직접 관련이 없음에도 간접적으로 그 영향을 받는다. 욕망과 음모가 횡행하는 소설에서 거의 유일하게 진솔한 인물로 그려지는 그가 시위로 더럽혀진 학교 정문을 홀로 청소하는 마지막 장면에 작가의 메시지가 담겨 있다.
최재봉 선임기자
bong@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