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생각] 책거리
왜 계속 돌아오는지, 명절 연휴입니다. 먼 길에 가볍게 들고 갈 책으로 200여쪽의 <내가 왜 계속 살아야 합니까>(유유)를 추천합니다. 이 책은 작가 겸 철학자이자 역사가인 윌 듀런트가 버트런드 러셀, 자와할랄 네루, 조지 버나드 쇼, 앙드레 모루아 등 세계 유명인 100인에게 왜 살아야 하는지 편지로 질문하여 받은 답을 엮은 것입니다. 1930년 가을 듀런트가 자기 집에서 낙엽을 긁어모으고 있을 때, 잘 차려입은 남자가 나타나 자살할 생각이라며, 왜 살아야 하는지 이유를 밝혀달라고 난데없이 요구했던 일이 계기가 되었다죠. 거만하거나(쇼) 회피하는 답변(러셀)도 있었지만, 사람들은 대체로 성실하게 답했답니다.
듀런트는 답변자를 궁지에 몰아붙이듯, 화를 내듯 질문합니다. 신학 대신 과학을 선택하고 사회주의를 꿈꾸었지만, 영혼의 탐욕을 깨달았으며 거대 노조의 사악한 협력을 발견하게 된 인간들에게 살 이유가 어디 있냐는 식입니다. 종교도 사상도 철학도 이 땅의 구원을 약속하지 못하는 시대, 지적 자살의 시대, 삶을 향한 믿음의 기반이 있다면 확실히 대답해 보라는 듀런트. 이 책을 출간한 1920~30년대가 전쟁과 경제공황으로 충격에 빠진 사람들이 고통 속에 허우적거릴 때니, 그의 분노와 절망도 짐작 가는 바 있긴 하지요.
만약 제가 저 질문을 받는다면 글쎄요, 일단 좀 질리는 표정을 지은 다음에 <아무튼, 떡볶이>(위고)를 슬쩍 들이밀어 보겠습니다. 지은이 요조는 말합니다. “맛없는 떡볶이집이라도 존재하는 것이 나는 좋다. (…) 뭐가 되었든 그닥 훌륭하지 않더라도 어쩌다 존재하게 되었으면 가능한 한 사라지지 않았으면 좋겠다.” 저도 그렇습니다. 일단은 설이니 떡볶이보단 떡국을 한 그릇 먹고 나이도 계속 감사히 먹어 보겠습니다.
이유진 책지성팀장 fro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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