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리 일자 벌리지도 못하면서 어떻게 우울을 벗어나려 하는가’라고 자문하게 만든 인생 최초의 워크북(오른쪽)과 우울증 극복을 위한 실천 지침을 담은 워크북.
아침에 눈뜨기가 겁나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즐거운 일이 없었습니다. 모래알처럼 속절없이 흩어지는 시간을 붙잡고 싶던 어느날, 책 한권이 눈에 띄었습니다. 일본 요가 강사 에이코가 지은 <아무리 뻣뻣한 몸이라도 4주 만에 다리 일자 벌리기>(2017). 총 6가지 동작만 매일 하면 한달 만에 다리를 ‘찢을 수’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요통 완화, 체지방 감소 같은 효과보다도 이 문장이 저를 유혹했습니다. ‘다리 일자 벌리기도 못하면서 무엇을 이룰 수 있겠는가.’ 다리가 벌려지는 각도를 잴 수 있는 종이까지 부록으로 딸려 있는 이 책을 구입하곤, 밤마다 다리를 벌렸습니다. 2주 정도 계속하다 내린 결론은 절대 한달로는 안 된다는 것이었습니다. 중도 포기했지만 제 인생 최초의 ‘워크북’이었습니다.
워크북이 생소한 한국 출판시장에서 최근 몇년간 베스트셀러로 우뚝 선 것은 2015년에 출간된 다이어리 워크북 <5년 후 나에게 Q&A a Day>(포터 스타일 지음)였습니다. 미래의 나를 상정하고 365개의 질문에 답하며 1년 동안 일기를 쓰는 내용입니다. 토네이도 출판사 쪽은 “막연하게 일기 쓰기는 힘들지만 구체적인 질문을 따라가다보면 성장과 변화를 즉시 체감할 수 있다는 점이 성공 요인이었다”고 분석합니다. 새해를 맞아 결심과 다짐을 실천하는 데 도움을 주는 책들이 여러권 나왔습니다. 한때 다리 찢기로 음울한 시간을 찢어보려고 했던 저는 <우울할 땐 뇌과학, 실천할 땐 워크북>(엘릭스 코브·심심)을 추천합니다. 뉴런의 비료라고 할 수 있는 ‘뇌유래신경영양인자’를 분비할 수 있는 구체적 지침이 실려 있습니다. 아, 물론, 100% 성공은 어렵지만 그래도 모든 ‘삽질’은 의미가 있지 않나요? 비록 ‘다리 일자’엔 실패했더라도 스트레칭의 시원한 기억은 남아 있습니다.
이주현 기자 edigna@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