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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호승 지음/창비·9000원 정호승은 서늘하면서도 따뜻한 시편들로 독자의 허한 마음을 어루만져 온 시인이다. 단정한 형식과 절제된 어조를 주된 특징으로 삼는 그의 시들은 안치환을 비롯한 여러 가수들에 의해 노래로 만들어져 불리기도 했다. 그런데 그의 신작 시집 <당신을 찾아서>를 읽노라면 어쩐지 낯설고 불편한 마음이 든다. 반인간주의라 할 정도의 인간 혐오와 자학적인 이분법이 보이기 때문이다. 첫 시집 <슬픔이 기쁨에게>(1979)에서부터 반성과 비판은 정호승 시의 핵심 동력이었다. 더구나 인간 중심주의 내지는 인간 일방주의가 지구 생태계 전체를 위기에 빠뜨리는 지금 같은 상황에서 “인간으로서 지금 당신은 더 이상 달리지 말아야 한다”(‘경마장에서’)와 같은 경고는 시대적 정당성을 확보한다고 볼 수도 있다. 그러나 다른 시들에서 그의 인간 비하는 이해하기 어렵게 냉정하고 가차없다. 그런 가운데에서도, 부정적 가치를 대표하는 인간의 반대편에 새를 놓는 것이 이채롭다. “다시는 돌아오지 않으리라/ 인간이 사는 마을로 날개를 펼치고 돌아와/ 인간의 더러운 풍경이 되지 않으리라”(‘새들이 첫눈 위에 발자국으로 쓴 시’ 부분) “행여 입에 여의주를 물고 있다면 버려라/ 차라리 인간의 썩은 가슴에다 던져버리고/ 날아가라 수평선 너머로”(‘목어에게’ 부분)

정호승 시인. ⓒ조용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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