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대전에 참전한 미국·소련·영국의 여성 조종사 이야기
샐리 덩 글·그림, 허미경 옮김/너머학교·1만8000원 “우리도 비행하게 해 달라.” 2차 대전이 계속되자 동원할 수 있는 남성 조종사는 턱없이 부족했다. 그럼에도 나치에 맞서 싸우던 미국, 영국, 소련 정부 당국은 여성 조종사들이 군 비행기를 조종하겠단 생각 자체를 비웃으며 귀를 닫았다. 남성 조종사를 찾는 모집이 필사적일수록 여성들은 끈질긴 청원을 했다. 참혹한 파괴의 전장은 공교롭게도 성역할의 고정관념을 깨뜨리는 최전선이 됐다. 끝내 불가피해진 ‘여성 조종사 모집’이란 기회를 꽉 움켜쥔 ‘준비된 비행사’들이 있었으니, 헤이젤, 말린, 릴리야가 그들이다. <하늘로 날아>는 ‘자유를 위해 날아오른 세 여성 조종사 이야기’란 부제를 달고 있다. 지은이 샐리 덩은 2차 대전 당시 실존했던 여성 전투기 조종사들의 활약을 바탕으로 한 세기 전 금녀의 영역에 도전한 세 여성들의 담대한 비상을 아름다운 언어와 생생한 그림으로 되살렸다. 옮긴이의 소상한 해설과 간결한 문체가 이해와 감동을 돋운다. 첫번째 주인공 헤이젤은 미국 여성공군조종사그룹 ‘와스프’ 소속으로 2차 대전에 참전한 중국계 조종사 헤이젤 잉 리를 본따왔다. 또다른 주인공 릴리야는 소련 여성전투기부대 588연대에서 800회에 이르는 임무를 수행한 리디야 리트뱌크의 활약상에 기대고 있다. 적진의 전투기를 홀로 타격한 그를 두고 독일군은 ‘밤의 마녀’라 불렀다. 말린은 기록에서는 찾을 수 없지만 영국 공군수송지원단 ‘아타’에 소속된 여성 조종사들을 대표하는 가공인물이다.
너머학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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