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문화 책&생각

‘조선왕조실록’인터넷서비스…복권기금 지원

등록 2006-01-01 15:35수정 2006-01-01 21:08

박한남 연구관(사진 왼쪽)과 임천환 연구원이 지난 1년 6개월 동안 고생 끝에 만든 ‘인터넷 조선왕조실록 온라인 서비스’ 화면을 컴퓨터 모니터에 띄어보이고 있다. 강창광 기자
박한남 연구관(사진 왼쪽)과 임천환 연구원이 지난 1년 6개월 동안 고생 끝에 만든 ‘인터넷 조선왕조실록 온라인 서비스’ 화면을 컴퓨터 모니터에 띄어보이고 있다. 강창광 기자
국사편찬위원회 박한남(49) 연구관과 임천환 연구원(42)에게 지난 한해는 의미가 깊다. 고생 끝에 <조선왕조실록>의 인터넷 서비스를 이룬 까닭이다. <대장금>이나 <여인천하> 같은 역사드라마를 보다가 “정말 그랬을까”라는 궁금증을 품은 국민 누구나 바로 인터넷 <조선왕조실록> 온라인서비스(sillok.history.go.kr)를 통해 그 내용을 확인해볼 수 있다.

지난해 6월 “인터넷에서 실록을 볼 수 있어야 한다”는 이만열 국사편찬위원장의 제안이 나온 뒤 국무총리 산하 복권위원회로부터 예산을 지원받은 지 1년6개월 만의 결실이다. 열매를 맺기까지는 순탄치 않았다. 불운한 일이 이어졌다. 지난해 9월과 올 6월에는 박 연구관과 임 연구원이 교통사고로 각각 3개월, 3주를 병원에서 보내야 했다. 지난 9월에는 지병을 앓고 있던 박 연구관의 남편이 중환자실 신세를 졌다. 경황이 없었지만 좌절하지 않았다.

“정말 힘들었어요. 새벽부터 늦은 밤까지 기안서를 들고 문화재청과 기획예산처를 향해 뛰었고, 저작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세종대왕기념사업회 등을 좇아다녀야 했어요. 짬이 나면 실록과 씨름하며 원문의 잘못된 곳을 바로잡았죠. 입원 중에도 사무실에 나와 일을 해야 했고요.”

<조선왕조실록>이 조선시대 통치기록을 낱낱이 기록한 방대한 분량인 데다 국역본과 디지털본(시디)의 저작권이 민간업체에 귀속돼 있었기 때문에 일은 꼬여만 갔다. 실록 국역본의 디지털화는 2000년부터 정부의 ‘한국역사정보통합시스템’(koreanhistory.or.kr)을 구축해 왔던 한국전산원조차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주저앉은 사업이었다. 하지만 조선시대의 사관들처럼 박 연구관와 임 연구원은 좌절하지 않았다. 예산을 책정하고 저작권 문제를 해결하는 데만 1년여가 흘렀지만, 2005년 복권위원회로부터 8억7400만원의 지원금을 따냈다. 차후에 불거질 수 있는 저작권 문제도 이들의 끈질긴 설득과 정열로 해결했다.

“제대로 된 역사를 많은 국민에게 알리려면 실록의 인터넷서비스부터 해야 한다는 일종의 사명감이 어깨를 짖눌렀어요. 요즘처럼 중국의 동북공정이나 일본의 역사왜곡이 심한 상황에서는 더욱 그렇죠. 중국과 일본의 역사 왜곡에 맞서 반박논리를 개발하려면 근거가 되는 사료 정리와 보존부터 해야 하니까요.”

지난해 12월22일부터 시작된 이 서비스에 대한 반응은 역시나 ‘뜨겁다’. 실록의 원문과 국역본의 동시 검색과 열람이 가능하고, 세종실록 오례편과 광해군일기는 이미지도 싣는 등 온갖 정성을 쏟은 탓이다. 홈페이지는 “고맙다”, “수고했다”는 칭찬이 이어진다. 그렇지만 현재로선 이 사업도 내년 이후를 기약할 수 없는 형편이다.

“올해까지는 4억5600만원의 복권기금 예산이 책정돼 누락본의 삽입, 서비스 보완 등이 가능하지만 당장 내년부터는 예산이 없어요. 국사편찬위가 교육부 소관이라 복권기금 혜택을 계속 받을 수도 없고, 그렇다고 교육부 예산을 따는 일이 쉽지 않으니까요.”

그러나 이들은 포기하지 않는다고 했다. 실록뿐 아니라 승정원일기, 삼국사기, 고려사, 경국대전 등 기본 사료들도 원본과 국역본이 온라인으로 서비스되어야 한다는 믿음 때문이다.

“정부가 황우석 교수 연구에는 수백억원을 지원하면서도 전통문화 유산의 과학적 보존에 대한 지원은 너무 인색해요. 국민뿐 아니라 정부 부처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역사 인식은 희박하기만 해요. 사료 보존과 보급 시스템 구축이야말로 ‘국익’을 위한 일인데 안타까운 일이죠.”

김미영 기자 kimmy@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문화 많이 보는 기사

신라 맹꽁이의 1300년 전 미소를 보라..설연휴 박물관 나들이 전시 1.

신라 맹꽁이의 1300년 전 미소를 보라..설연휴 박물관 나들이 전시

정진우 피아니스트 별세 2.

정진우 피아니스트 별세

경복궁 주변 파봤더니 고려시대 유물이 줄줄이? 3.

경복궁 주변 파봤더니 고려시대 유물이 줄줄이?

검은 물살 타고 대마도 밀려 간 제주 사람들 4.

검은 물살 타고 대마도 밀려 간 제주 사람들

번잡한 일상 내려놓은 대도시의 매력 찾아…하루짜리 서울 여행 5.

번잡한 일상 내려놓은 대도시의 매력 찾아…하루짜리 서울 여행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