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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터 볼레벤 지음, 강영옥 옮김/더숲·1만6000원 나무는 오래 살고 움직이지 않는다. 그래서 나무가 자라는 모습이나 상처, 주변 나무와의 관계를 잘 관찰하면, 그 숲에서 수십, 수백 년 동안 벌어진 일을 알 수 있다. 그러려면 나무를 생존 투쟁을 벌이는 생물로 보고 ‘소통’을 시작해야 한다. 지은이 페터 볼레벤은 독일의 산림전문가이자 생태작가로, ‘나무통역사’를 자처한다. 그는 지상에 드러난 나무의 버팀뿌리에서 강풍에 맞서 온 안간힘을 읽는다. 또 같은 나이의 동일 수종을 빽빽하게 심은 인공조림지는 ‘확장된 유치원’이어서 경쟁만 있을 뿐 큰 나무와 어린나무, 다른 종 나무 사이의 공생과 협조는 찾기 힘들다고 이해한다. 자연림에서는 한 나무가 죽으면 옆 나무도 따라 죽는 ‘부부 나무’와 양분과 수분을 다른 종 사이에서 나누는 연리목을 볼 수 있지만, 조림지에선 웃자란 나무들이 폭풍에 한꺼번에 쓰러지는 까닭이다. 동물에 견줘 우리의 나무 지식은 빈약하다. 과실수나 정원수를 떠나면 더 그렇다. 자연 속 나무에 대한 몰랐던 지식을 배우는 재미가 쏠쏠하다. 나무의 겉껍데기인 수피에 표시를 남기고 몇 년이 지나면 어떻게 될까. 나무는 가지가 달린 윗부분만 자라기 때문에 표시한 부분의 높이는 바뀌지 않는다. 침엽수의 낙엽이 지지 않는 까닭은? 침엽수의 고향인 타이가 지대에서 나무의 성장기가 일 년에 몇 주에 불과해 잎을 새로 낼 틈이 없기 때문이다. 나무는 낙엽과 함께 몸속에 쌓인 배설물도 함께 떨어뜨린다는 사실을 아셨는가. 이 책에서 다루는 숲과 나무가 중부 유럽 것이어서 우리의 기억과 추억을 불러내는 재미는 덜하다. 물론 기본 원리는 마찬가지이다.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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