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16일 복간되는 <디즈니 그림 명작> 중 한 권인 <피노키오의 모험>의 한 장면. 계몽사 누리집 갈무리
1980년대 소년소녀의 눈과 귀를 사로잡았던 계몽사의 <디즈니 그림 명작>(전 60권)이 다음달 16일 복간돼 나온다. 1982년 국내에 첫 선을 보였던 <디즈니 그림 명작> 시리즈는 1997년에 절판됐다. 당시 계몽사는 시장 수요가 받쳐주지 않는다는 판단에 따라 디즈니와 더 이상 판권 계약을 맺지 않았다. 그러나 이후 추억을 곱씹고 대물려주고 싶어하는 ‘어른 독자’들이 늘어나면서, 디즈니 원화를 실은 이 시리즈는 중고시장에서 100만원을 웃도는 가격으로 팔리기도 했다.
계몽사가 지난 2월부터 <디즈니 그림 명작> 예약 판매를 시작하자, ‘디즈니 중고판 구합니다’ 등의 글이 심심찮게 올라오던 맘카페 등에선 ‘서둘러 신청하자’ ‘종이가 찢어지도록 봤던 101마리의 개를 빨리 다시 보고 싶다’는 등의 글들이 쏟아지며 뜨거운 반응을 보였다. 계몽사는 현재 예약 주문 물량 2500권을 마감한 상태다.
계몽사는 <디즈니 그림 명작>에 앞서 2012년 <어린이 세계의 명작>(전 15권), 2013년엔 <어린이 세계의 동화>(전 15권)을 복간해 폭발적인 인기를 모았다. 1983년에 한국어 초판이 나왔던 <…명작> <…동화>는 1980~90년대 중반까지 어린이들을 홀리다 2000년대 들어 서점에서 사라졌다. 계몽사의 한 관계자는 “유행에 맞지 않는 것 같아 절판을 결정했는데, 당시 계몽사 동화책을 보면서 자랐던 아이들이 자라나 부모가 되자 다시 붐이 일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80년대 호황과 뜨거운 교육열 속에서 유년시절을 보냈다”고 자신을 소개하는, 두 아이를 둔 엄마 정아무개(38)씨는 “나의 독서인생은 계몽사 동화책 전집에서 시작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동화>는 다시 나오자마자 질러 버렸다”고 말했다.
<…명작> <…동화>보다 <디즈니 그림명작>이 늦게 복간된 데 대해 계몽사 쪽은 “과거에 인쇄필름으로 찍었던 디즈니 동화책을 이젠 디지털 파일로 인쇄해야 하는데, 예전 인쇄파일의 보관 연도(5~7년)가 훌쩍 지난 데다 해상도가 낮아서 복간의 어려움이 있었다”며 “그나마 출판사에서 보유하고 있던 상태가 좋은 책들을 골라 피디에프 파일로 만들고 수작업으로 보정했다”고 설명했다.
이주현 기자
edigna@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