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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무슬림도 힌두인도 나를 망칠 순 없어요

등록 2019-11-29 05:01수정 2019-11-29 20:16

밤의 일기
비에라 히라난다니 지음, 장미란 옮김/다산기획·1만4000원

비극의 가장 큰 비극성은 반복된다는 것이다. 1947년 8월 인도는 그토록 염원하던 독립을 맞았지만 영국의 폭압에서 벗어나자마자 곧 종교분쟁이 불거지며 피바람이 몰아쳤다. 힌두교도인 아빠와 무슬림 엄마 사이에 태어난 쌍둥이 남매 니샤와 아밀 역시 폭력의 자장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여러 종교를 가진 사람들이 평화롭게 살아가던 도시 미르푸르 카스가 무슬림 국가인 파키스탄 영토가 되면서, 니샤 가족은 하루아침에 모든 것을 잃고 난민이 되어 힌두교도들의 ‘새 인도’를 향해 먼 길을 떠난다.

힌두인 아버지와 유대인 어머니를 둔 미국인 작가 비에라 히라난다니가 쓴 <밤의 일기>는 인도-파키스탄 분리 당시 12살을 맞은 소녀 니샤가 돌아가신 엄마에게 편지를 쓰는 형식을 취한 성장소설이다. 니샤에게 닥친 현실은 종교가 다르다는 이유로 아이들이 돌팔매질을 하고, 물 한모금을 놓고 어른들이 칼을 휘두르며 싸우는 곳이다. 그러나 니샤는 사막을 걷고 난민 열차를 타는 고된 여정을 거치며 오로지 일에만 빠져 살던 아빠가 얼마나 자신을 사랑하는지 깨닫고, 너무나 힘든 순간에도 최악을 벗어날 수 있는 도움의 손길이 찾아온다는 것을 알게 된다.

나치를 피해 은신처에 숨어 살면서도 내면의 풍부한 감수성을 잃지 않고 글을 썼던 안네 프랑크처럼, 니샤의 마음은 한결같이 섬세하고 따뜻하다. 요리를 좋아하는 니샤가 “밥이 끓는 냄새, 싱싱한 토마토를 삭삭 써는 느낌, 양파가 지글거리는 소리와 겨자씨가 팬에서 톡톡 튀는 소리”에 감동받는 장면을 읽다보면, 평화야말로 평범한 일상의 냄새와 소리에 있음을 절감하게 된다. 힌두교 근본주의자에게 암살 당하기 석달 전 생일을 맞은 간디가 종교전쟁을 비통해하며 단식과 물레질을 했다는 얘기를 들은 니샤는 이렇게 적었다. “간디가 어떤 심정인지 나는 알아요. 어쩌면 내가 요리할 때 느끼는 평화를 간디도 물레를 돌리며 느끼는지도 모르지요.” 초등 5·6학년.

이주현 기자 edign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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