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소장 한기호)가 발행하는 격주간 출판 전문지 <기획회의>가 20일로 통권 500호 발간을 맞았다. <기획회의>의 출발은 서적 도매상인 송인서적의 소식지 형태로 1999년 2월부터 발행된 <송인소식>으로, 이후 2004년 <기획회의>로 제호를 바꿨다. <송인서적> 시절부터 지금까지 20년 10개월 동안 단 한번도 거르지 않고 독자들을 만났다. 출판계 이슈와 트렌드를 한발 앞서 짚었기 때문에 특히 출판계 종사자나 편집자를 꿈꾸는 이들에겐 필독잡지로 꼽혀왔다.
한기호 소장은 19일 <한겨레>와 통화에서 “본래는 500호만 내고 접으려고 했는데, 폐간한다고 소문이 나자 <기획회의>가 사라지면 현장의 목소리와 상상력을 담는 공간이 사라진다고 걱정하는 목소리가 매우 많았다”며 “내가 20년 동안 잡지를 낼 수 있도록 출판계가 20년 동안 도와준 것 아닌가. 내 돈이 좀 깨지더라도 계속 발행해야겠다고 다시 마음을 먹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 2~3년 지나면 책 광고가 대폭 줄어들거나 사라질 것”이라며 “광고가 없어도 잡지가 굴러가는 길이 없는 게 아니다. 앞으로 방법을 터득해서 1000호까지 갈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 소장은 특히 “2000년대 초반 ‘종이책 종말론’이 떠돌 때 나는 ‘이북(e-book)은 없다’라는 역설적인 제목의 글을 썼다. 디지털 공간에서 새로운 콘텐츠가 탄생하는 동안 종이책은 사라지지 않고 거듭날 것이기 때문에 결국 종이책과 전자책이 분화할 거라고 내다봤다. 그 전망은 20년 지난 지금도 여전히 유효하다”고 강조했다.
500호엔 ‘이제는 책의 인문학을 이야기할 때다’라는 제목으로 특별좌담을 마련했다. 박상순 전 민음사 대표·정재완 영남대 시각디자인학과 교수가 어제, 오늘, 내일의 책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묻고 정병규 정병규디자인대표가 답한다. 한국의 출판역사와 그 공과를 훑으며 책의 의미를 살펴본다. 한 소장은 “이제 500호를 맞으면서 새로운 자세를 갖추기 위해 죽비소리 같은 말씀을 경청하는 자리를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는 500호 발간을 기념해 단행본 세 권을 나란히 내놨다. <한국 출판계의 키워드 2010-2019>(<기획회의> 편집부)는 <기획회의> 특유의 기민한 시선으로 2010년대 한국 사회의 흐름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했으며, <출판혁명>(류영호)은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새로운 출판물의 가능성을 가늠해본다. <2020 한국의 논점>(고태봉 외)은 총선·미국 대선 등 대형 정치이벤트를 비롯해 새로운 국제질서와 뉴미더의 부흥 등 갖가지 변화가 노정된 내년의 이슈를 짚어봤다.
연구소는 21일 저녁 7시엔 서울 마포구 케이터틀 파인홀에서 <기획회의> 500호 발간 기념 잔치를 연다.
이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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