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를 보는 소녀
세실 비도 지음, 김영신 옮김, 김주희 해설/한울림스페셜·1만4000원
소녀는 소리를 듣지 않는 대신 무엇이든 잘 본다. 엄마 아빠의 말소리도 잘 본다. 서로 다정하게 감싸는 말인지 뾰족하게 쏘아대는 말인지 볼 수 있다.
<소리를 보는 소녀>는 ‘농인’ 아이의 눈으로 세상과 소통하는 이야기를 그린 ‘그래픽 노블’이다. 이야기는 시골집으로 이사 간 아홉 살 여름날의 한 대목이다. 고요하지만 극적 서사로 요동친다.
소녀는 ‘청인’보다 더 섬세하게 보고 느낀다. 이 책은 몇 줄 내레이션을 빼고는 글 없이 그림만으로 사건을 전하기에,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청인이라면 당혹스럽겠다. 모든 감각기관을 열고 응시하자. 잠시 딴전을 피우다간 소녀 내면의 여울목과 흐름을 놓칠 수가 있다. 주변 인물의 표정은 물론이거니와, 소녀의 집에 배치된 소품, 커다란 나뭇가지 사이를 뚫고 나온 햇살, 어둠을 비켜서게 하는 달빛 등 모든 시각적 단서에 집중할 일이다. 찬찬히 시적인 그림을 따라가다 보면 소녀의 감정에 가닿는다. 그 끝에서 ‘보이는 언어’의 아름다움을 발견한다. 농인만큼 세상을 잘 보지 못한다는 사실도 아울러 느낀다.
세상은 청인을 기준으로 농인을 듣지 못하는 사람이라 말한다. 그들은 음성언어를 강요당하며 자신만의 언어를 빼앗긴다. 소녀의 엄마 아빠도 다르지 않다. 밤마다 아빠는 알파벳을 소리내며 목을 만져보게 하며 발성연습을 시킨다. 소통의 좌절은 엄마와 아빠의 다툼의 씨앗을 키운다. 라디오가 내는 진폭 속으로 빠져드는 소녀와 라디오의 볼륨을 꺼버리고 그것을 빼앗는 부모의 행동 앞에서는 먹먹함이 인다. 서로 소통에 답답해하며 평행선을 이어가던 갈등이 억수같이 퍼붓는 폭우 속에서 뜻밖의 결말을 낳는다.
책은 ‘수어’의 세계로 초대한다. 소리가 잘 전달되지 않는 물의 공간에서 요긴한 언어는 수어라는 사실. 몸짓과 표정으로 말하는 수어는 각 나라의 말이 다르듯 또 하나의 언어라는 깨달음을 준다.
책은 ‘수어’의 세계로 초대한다. 소리가 잘 전달되지 않는 물의 공간에서 요긴한 언어는 수어라는 사실. 몸짓과 표정으로 말하는 수어는 각 나라의 말이 다르듯 또 하나의 언어라는 깨달음을 준다. 차별보다 공감을 배우는 인성동화로 2019년 로마 만화 애니메이션 페스티벌 최고의 책으로 꼽혔다. 초등 3~6학년.
권귀순 기자
gskwon@hani.co.kr, 그림 한울림스페셜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