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문화 책&생각

공들여 쌓은 책탑을 허물며

등록 2019-10-18 06:01수정 2019-10-18 20:39

[책&생각] 책기자의 책거리
김지훈
기자

2년7개월 동안 책지성팀 기자를 하면서 은밀한 취미가 하나 생겼습니다. 바로 책 쌓기입니다. 출판사들에서 홍보용으로 매주 30~50권씩 책을 보내옵니다. 그중에서 읽고 싶은 책들이 한 주에도 적게는 서너권, 많게는 열권은 됩니다.

제게 할당된 서가 세 칸을 다 채우는 것은 얼마 안 걸렸습니다. 서가 위에 올리고, 책상 위에 쌓고, 박스에 넣어 구석에 쟁여두고, 책장을 따로 사서 꽂아넣었습니다. 쓰러지기 직전까지 아슬하게 쌓아둔 책더미에 동료 기자가 “무너질까 무섭다”며 서가 한 줄을 제게 내주기도 했습니다. 물론 이 ‘대여’ 서가도 금방 채웠고, 책더미의 높이도 다시 복구되었지만요.

책의 세계란 얼마나 높고 넓은지요. 가끔가다 듣게 되는 “요즘에 읽을 책이 없다”는 말에 이젠 정말 동의할 수 없는 몸이 되었습니다. 그렇게 쌓은 책더미를 가만히 보고 있노라면, 갈비뼈 안쪽에서 뭔가가 뜨끈하게 차오릅니다. 좋은 책을 내겠다는 열정으로 가득 찬 출판인들이 아직은 적지 않구나 하는 그런 고마움으로요. 초판도 소화하기 힘들지만 꼭 필요한 책을 꾸준히 내는 출판사를 보면서 ‘나라면 그런 힘든 길을 선택할 수 있을까’라고 자문할 때도 여러번이었습니다. 일주일에 사흘은 자정 넘어서까지 책을 읽고 주말에도 다음 주에 다룰 책을 뒤적였지만 그리 큰 고생이라 생각하지 않은 것은 그런 마음 때문이었을 겁니다.

이젠 공들여 쌓은 책탑을 허물어야 할 시간이 되었습니다. 저는 다음 주부터 대중문화팀으로 자리를 옮기게 됐습니다. 하지만 활자 공동체의 일원으로서 텍스트의 후퇴를 조금이라도 늦춰보려 함께 애쓴 시간은 소중히 간직하겠습니다.

watchdog@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문화 많이 보는 기사

오겜2의 ‘리더’ 이정재 “사극 같은 말투, 이유가 있습니다” 1.

오겜2의 ‘리더’ 이정재 “사극 같은 말투, 이유가 있습니다”

60대 은퇴 부부, 유럽 자유여행으로 인생 2막 출발 [ESC] 2.

60대 은퇴 부부, 유럽 자유여행으로 인생 2막 출발 [ESC]

오해가 신념이 되는 시대, 우리는 무엇을 읽을 것인가 [.txt] 3.

오해가 신념이 되는 시대, 우리는 무엇을 읽을 것인가 [.txt]

‘성추행 논란’ 박범신 작가 “상처받은 모든 분께 사과” 4.

‘성추행 논란’ 박범신 작가 “상처받은 모든 분께 사과”

2025년 ‘구교환의 해’ 될까…기대 모으는 개봉작 4편 5.

2025년 ‘구교환의 해’ 될까…기대 모으는 개봉작 4편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