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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다 하루키 “아베의 반시대적 정책은 외교 고립·경제 불안감 작용한 것”

등록 2019-09-24 18:28수정 2019-09-24 21:53

‘러일전쟁’ 한국어 출간 기념 기자간담회

“미 의존하다 ‘남북미 화해’ 소외감
한·중 경제 추격도 극단적 조처 배경”
욱일기는 물론 일장기 사용도 비판
와다 하루키(왼쪽) 도쿄대 명예교수가 24일 서울 중구 복합문화공간 순화동천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한국에서 <반일 종족주의>가 잘 팔린다는 소식을 들었는데 왜 그런지 이해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한길사 제공
와다 하루키(왼쪽) 도쿄대 명예교수가 24일 서울 중구 복합문화공간 순화동천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한국에서 <반일 종족주의>가 잘 팔린다는 소식을 들었는데 왜 그런지 이해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한길사 제공
“일본의 대외정책이 제국주의 시대를 모방한 것일지 모르지만, 반시대적 정책임이 틀림없다.”

24일 서울 중구 복합문화공간 순화동천에서 열린 <러일전쟁―기원과 개전>(한길사 펴냄) 출간 기자간담회에 나온 와다 하루키 도쿄대 명예교수는 원자재 수출 규제 등 일본이 한국에 취한 ‘경제보복’ 조처를 놓고 이렇게 말했다. 일본의 대표적인 양심적 지식인으로 알려진 그는 지난 7월부터 일본 정부의 수출 규제 철회를 촉구하는 서명운동 ‘한국은 적인가?’를 이끌고 있다.

그는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한국에 극단적인 조처를 취한 배경엔 “한국을 상대하지 않겠다는 생각”이 있다고 짚었다. 아베 총리가 2012년 12월 두번째로 총리에 취임할 때 ‘고노 담화’를 부정했던 것은 ‘한국이 위안부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과거를 끄집어내 일본의 명예에 상처를 내는 행동’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그는 설명했다. “아베는 2015년에도 박근혜 정부와 위안부 합의를 하고 싶지 않았지만 오바마 당시 미국 대통령의 압박으로 합의하게 됐다. 하지만 문재인 대통령이 이후 합의를 깨니, ‘한국은 도대체 뭐냐’고 생각한 것이다.”

아베 총리의 이런 생각에는 문재인 정부의 남북 화해 정책도 큰 영향을 끼쳤다는 것이 그의 판단이다. “북핵 문제로 전쟁까지 이르지 않을까 하는 분위기에서 한·미·일은 북한에 압력을 가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후 문 대통령이 ‘전쟁은 절대 일어나선 안 된다’며 교섭에 나서 북-미 정상회담을 끌어냈다.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과 상의 없이 회담을 수락한 것에 아베 총리는 굉장한 충격을 받았다. 아베 총리는 문 대통령이 친북 인물 아니냐며 반감을 더 가지게 됐다. 북-미 간에 전쟁이 끝나는 상황이라면 이를 돕고 문 정부를 돕는 것이 바람직한데도 아베는 이와 반대로 가고 있다.”

이는 일본이 느끼는 “절망적 상황”에 대한 반작용이라는 것이 와다 교수의 생각이다. “동북아에서 남북한, 중국, 러시아가 서로 밀접해지면 일본이 의지할 나라는 미국밖에 없다. 하지만 미국도 언제까지 일본을 지지해줄지 모르는 상황이다. 일본이 외교적으로 고립되어 전망과 출구가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소외감과 절망감을 느끼고 있고, 이것이 대외정책으로 표출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인들 정부 지지는 이해 부족 탓
국민 반대로 아베 내려와야 바뀐다”
한국에 적극적 설득 역할 주문도

그는 한국에 경제적으로 추격당하는 데 대한 일본의 불안감도 작용했다고 본다. “한국은 민주주의 혁명과 경제 발전을 이뤘고, 중국도 경제적으로 발전하고 있다. 일본은 한국과 중국을 두려운 존재로 생각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일본이 (러일전쟁 때처럼) 한국을 취하거나 중국에 진출하는 것을 생각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그는 반복되는 욱일기 논란에도 답했다. “욱일기는 제국주의 전통에서 사용된 것으로 전후에 단절했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다. 이보다 더 큰 문제는 제국주의 전쟁에서 사용된 일장기를 유지하는 것이다. 이는 일본 국민이 먼저 문제를 제기했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해 매우 뼈아프다.”

그는 여전히 일본에선 아베를 지지하는 국민이 대다수라는 점을 들며 한국 정부의 적극적인 역할을 주문했다. “일본 국민은 문 대통령의 위안부와 징용 문제에 대한 입장이 무엇인지 잘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한국 정부로선 일본 국민을 어떻게 설득할 것인지를 고민해야 한다. (일본 국민의 반대로) 아베가 내려오면 지금의 대북, 대남 정책도 바뀔 것이다.”

이번에 번역된 <러일전쟁>은 2009~2010년 일본에서 두권으로 나뉘어 출간된 노작이다. 그는 “일본인의 러일전쟁에 대한 기억 속에서 조선은 완전히 무시되어 있다. 나는 이 책을 이런 국민적 기억에 대한 비판으로, 러일전쟁의 본질은 조선을 차지하기 위한 조선전쟁이었다고 말하기 위해서 썼다”고 말했다.

김지훈 기자 watchdo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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