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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구도자 시인 구상 생애 평전으로

등록 2019-09-20 06:02수정 2019-09-20 20:10

구도 시인 구상 평전
이숭원 지음/분도출판사·2만원

올해로 탄생 100년을 맞은 구상(1919~2004) 시인의 문학적 생애를 다룬 평전이 출간되었다. 문학평론가 이숭원 서울여대 명예교수가 쓴 <구도 시인 구상 평전>은 구상의 체험과 시의 접점을 부각시켜, 삶과 문학의 일치를 추구했던 ‘구도자 시인’의 생애를 되살려낸다.

해방 이듬해인 1946년 원산에서 간행된 합동 시집 <응향>이 북쪽 체제의 눈밖에 난 일로 단신 월남을 택한 구상은 6·25 전쟁 중에 군 정보국 소속으로 종군작가단을 결성해 선전 활동을 벌였다. 북한 체제에 대한 적대감에다 남쪽 사회에 적응하기 위한 방편이었지만, 그는 어디까지나 이념보다는 사람의 편이었다. 전쟁 중의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부당하게 좌익으로 몰린 이들을 적극 구명했고, 여당의 반감을 사 국가보안법으로 기소된 언론인 최석채를 옹호하는 글을 신문에 싣기도 했다.

종군작가단 시절 친해진 박정희는 5·16 쿠데타 뒤 구상에게 여러 직책을 제안하고 금전을 건네기도 했지만 구상은 그것을 모두 거절했다. 그는 유신 이후 박정희가 독재자로 변해 가는 모습을 보며 “그 장하던 의기가/ 돈키호테의 광기로 변하고”(‘모과 옹두리에도 사연이 77’)라며 비판했고, 12·12 쿠데타 뒤 신군부의 민정당 창당 발기인 제안도 거절했다.

구상 시인. 구자명 소설가 제공
구상 시인. 구자명 소설가 제공
그러면서 그는 1974년 문인 간첩단 사건이 조작되었을 때 법정에 출두해 피고인들이 무죄라는 주장을 폈고 그들이 출감한 뒤에는 술자리를 마련하기도 했다. 그는 원산 시절부터 알고 지내던 화가 이중섭이 1·4 후퇴 때 월남하자 왜관 자신의 집 옆에 방을 얻어 기거하도록 하는 등 도움을 베풀었으며 1956년 이중섭이 적십자병원에서 홀로 병사했을 때 장례 절차를 전담하고 유골을 수습해 나중에 일본에 있던 부인에게 전달했다. 한국장애인문인협회를 만들고 <솟대문학>을 발행하던 방귀희에게 문학상 운영 기금으로 몇 차례에 걸쳐 2억원의 돈을 건네며 아무에게도 알리지 말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이숭원 교수. 이숭원 교수 제공
이숭원 교수. 이숭원 교수 제공
구상 시인의 생애를 평전으로 정리한 이숭원 교수는 <한겨레>와 통화에서 “구상 시인은 본인의 이익을 위한 것은 거의 생각하지 않고 평생을 남에게 도움이 되는 일에 최선을 다한 분이었다”며 “구도자와 같은 그런 삶의 진실을 소박한 언어에 담은 구상의 시 세계도 재평가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최재봉 선임기자 b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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