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숭원 지음/분도출판사·2만원 올해로 탄생 100년을 맞은 구상(1919~2004) 시인의 문학적 생애를 다룬 평전이 출간되었다. 문학평론가 이숭원 서울여대 명예교수가 쓴 <구도 시인 구상 평전>은 구상의 체험과 시의 접점을 부각시켜, 삶과 문학의 일치를 추구했던 ‘구도자 시인’의 생애를 되살려낸다. 해방 이듬해인 1946년 원산에서 간행된 합동 시집 <응향>이 북쪽 체제의 눈밖에 난 일로 단신 월남을 택한 구상은 6·25 전쟁 중에 군 정보국 소속으로 종군작가단을 결성해 선전 활동을 벌였다. 북한 체제에 대한 적대감에다 남쪽 사회에 적응하기 위한 방편이었지만, 그는 어디까지나 이념보다는 사람의 편이었다. 전쟁 중의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부당하게 좌익으로 몰린 이들을 적극 구명했고, 여당의 반감을 사 국가보안법으로 기소된 언론인 최석채를 옹호하는 글을 신문에 싣기도 했다. 종군작가단 시절 친해진 박정희는 5·16 쿠데타 뒤 구상에게 여러 직책을 제안하고 금전을 건네기도 했지만 구상은 그것을 모두 거절했다. 그는 유신 이후 박정희가 독재자로 변해 가는 모습을 보며 “그 장하던 의기가/ 돈키호테의 광기로 변하고”(‘모과 옹두리에도 사연이 77’)라며 비판했고, 12·12 쿠데타 뒤 신군부의 민정당 창당 발기인 제안도 거절했다.
구상 시인. 구자명 소설가 제공
이숭원 교수. 이숭원 교수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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