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체부 ‘문화분야 성인지 인권환경 실태조사’
미팅이나 회식자리 언어적 성희롱 많고
사후조치 대부분 가해자 경징계 머물러
미팅이나 회식자리 언어적 성희롱 많고
사후조치 대부분 가해자 경징계 머물러
여성출판인 상당수가 직장에서 일을 하다가 성폭력 피해를 경험한 것으로 나타나 조직문화 개선이 시급한 것으로 드러났다.
문화체육관광부는 10일 ‘문화분야 성인지 인권환경 실태조사’ 결과 보고서를 발표하고 이같이 밝혔다. 지난해 9월7일부터 올해 1월15일까지 총 131일 동안 출판업계 종사자 및 경력자 1020명(여성 639명, 남성 378명)을 대상으로 성에 대한 인식 및 인지수준, 성희롱·성폭력 피해 경험 및 대응방식을 설문조사한 결과다.
이날 공개한 보고서를 보면, 출판업계에 종사하는 여성노동자 16.7%가 성폭력 피해를 경험했다고 응답했다. 또 출판업계 여성 노동자의 절반이 넘는 50.4%가 성차별 발언이나 불평등한 근로조건 등 성차별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성폭력 피해 경험을 조사한 부분을 보면 △언어적 성희롱 △성추행 △시각적 성희롱 △스토킹 △몰래카메라 △강간미수 등 항목 가운데 가장 많이 경험했다고 답한 성폭력 유형이 언어적 성희롱(14.6%)으로 나타났다. 성추행이 9.2%, 시각적 성희롱이 2.5%로 뒤를 이었다.
여성 응답자의 57.1%(365명)가 성폭력 피해 사실을 목격한 적이 있다고 응답했지만 피해자가 회사 안팎에 문제제기를 했음에도 사후조치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응답이 전체의 34.0%에 이르렀다.
성폭력이 가장 빈번하게 발생하는 장소를 묻는 질문에는 ‘회식자리’라는 응답이 응답자 전체의 60.0%로 나타났고 업무 관련 미팅 장소에서의 성폭력 피해가 40.2%로 나타났다. 해당 장소에서 성폭력 대부분은 언어적 성희롱인 것으로 조사되었다.
그러나 성폭력 피해를 경험했다는 응답자의 57.4%는 ‘참았다’(39.1%)거나 ‘자리를 피했다’(18.3%)고 밝히며 소극적인 방식으로 대응했다고 답했다. ‘참았다’고 응답한 이들 대부분은 ‘가해자와 계속 함께 일해야 하기 때문’(48%)이라고 이유를 설명했다. 성폭력 피해 사후조치 중 가장 응답률이 높았던 것은 ‘가해자 경징계’(52.6%)였고 이에 대한 피해자의 만족도는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성차별 경험을 묻는 질문에는 여성 응답자의 50.4%가 ‘그렇다’고 답했는데, 남성 응답자는 3분의 1 수준인 14.8%에 그쳐 성별에 따른 경험의 차이가 큰 것으로 조사됐다. 이 중 남성은 주로 ‘부당한 업무 역할 구분’(8.5%)을 핵심 성차별 유형으로 인지했고 여성은 ‘일상적 성차별 발언’(30.0%)과 ‘근로조건 불평등’(28.5%)을 주요 성차별 사례로 꼽았다. 성별에 따라 출판현장의 성인지 및 의식 수준 평가에는 유의미한 차이가 있어, 여성이 남성보다 전반적으로 출판현장의 성인지를 낮게 평가했다. (5점 척도 기준 여성 2.34, 남성 1.56)
보고서는 “성폭력 사건에 대한 적극적 사후 조치로써 가해자와 피해자를 확실히 격리시킬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고, 성폭력 대응 매뉴얼 보급 및 관련 교육 확대로 출판업계 종사자들의 인식개선을 유도해 성폭력 사건이 발생할 경우 적극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분위기 조성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보고서는 문화체육관광부 누리집(www.mcst.go.kr)에서 전문을 다운로드 받아볼 수 있다.
이유진 기자 fro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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