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생각] 한미화의 어린이책 스테디셀러
에밀과 탐정들
에리히 캐스트너 지음, 장영은 옮김/시공주니어(2000) 초등 저학년 아이를 둔 부모들과 만났을 때 <엉덩이 탐정> 이야기가 나오면 순간 소란스러워진다. 방언이 터지듯 모두가 이 책에 대해 한 마디씩 하느라 어수선해지기 때문이다. 보통 탐정·추리물은 초등 3~4학년 아이들이 관심을 갖는 장르였다. 한데 이 책 때문에 탐정·추리물을 즐기는 연령조차 낮아졌다. 이왕 아이가 추리물에 관심이 생겼다면 비슷한 구조를 지닌 장편에 도전해볼 기회로 삼아도 좋다. 세계적인 작가 아스트리드 린드그렌도 <소년 탐정 칼레>를 썼고, 앤드류 클레먼츠도 <벤저민 프랫 학교를 지켜라> 같은 탐정·추리물을 발표했다. 추리와 모험이라는 소재만큼 아이들이 좋아하는 이야깃거리는 없기 때문이다. 에리히 캐스트너의 <에밀과 탐정들> 또한 빼놓을 수 없다. 작가는 탐정 놀이 혹은 탐정 흉내를 내고 싶어 하는 어린이들의 마음을 동화로 풀어냈다. 자신의 영화에 카메오로 즐겨 등장했던 영화감독 히치콕처럼 동화 속에 신문기자로 등장해 아이들을 응원해주는 것도 잊지 않는다. 미장원을 하는 엄마와 단둘이 사는 에밀은 외할머니를 만나러 베를린에 간다. 할머니에게 드릴 큰돈을 지니고 혼자 기차를 타고 가는 일은 처음이라 에밀은 여간 긴장되는 게 아니다. 한데 같은 칸에 탄 중산모를 쓴 남자가 코를 골며 잠들자 에밀은 졸음을 견디지 못하고 깜빡 잠든다. 아차 싶어 눈을 떠보니 중산모를 쓴 남자는 보이지 않고 아뿔싸, 안주머니에 넣어둔 돈도 사라졌다. 창밖으로 서둘러 기차역을 빠져나가는 중산모를 쓴 남자를 발견한 에밀은 무턱대고 그를 따라 나선다. 탐정처럼 미행을 시작했지만 에밀에게 베를린은 낯설고 돈 한 푼 없는 신세다. 어떻게 해야 좋을지 막막하던 순간 또래 남자 아이를 만난다. 사정을 들은 구스타프는 친구들을 불러 모으고 작전을 짜고 역할을 분담하고 자금과 식량까지 모은다. 아는 사람 한 명 없던 시골 소년 에밀은 든든한 지원군이 생긴 것이다. 이제부터 진짜 탐정 못지않은 ‘에밀 작전’이 펼쳐진다. 엄마가 힘겹게 일해 번 돈을 잃어버린 에밀은 눈앞이 캄캄했다. 그러나 베를린에서 친구들을 만나고 마치 탐정처럼 에밀 작전을 펼치며 어쩌면 ‘돈을 잃어버린 것이 잘’된 건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 만큼 귀중한 경험을 한다. 모든 사건이 해결된 후 가족이 모였을 때 에밀은 ‘처음 보는 사람을 너무 믿지’ 말아야 한다는 걸 배웠다고 말한다. 그러나 동화는 더 많은 이야기를 독자에게 들려준다. 세상에는 중산모를 쓴 남자처럼 위험한 사람만 있는 건 아니다. 분명 낯선 사람을 조심해야 하지만 동화 속 신문기자 캐스트너나 베를린 아이들처럼 에밀을 믿고 도와주는 사람이 더 많다. 이런 믿음이 있어야 아이들은 세상으로 나아갈 수 있다. 초등 4~6학년. 출판 칼럼니스트
에리히 캐스트너 지음, 장영은 옮김/시공주니어(2000) 초등 저학년 아이를 둔 부모들과 만났을 때 <엉덩이 탐정> 이야기가 나오면 순간 소란스러워진다. 방언이 터지듯 모두가 이 책에 대해 한 마디씩 하느라 어수선해지기 때문이다. 보통 탐정·추리물은 초등 3~4학년 아이들이 관심을 갖는 장르였다. 한데 이 책 때문에 탐정·추리물을 즐기는 연령조차 낮아졌다. 이왕 아이가 추리물에 관심이 생겼다면 비슷한 구조를 지닌 장편에 도전해볼 기회로 삼아도 좋다. 세계적인 작가 아스트리드 린드그렌도 <소년 탐정 칼레>를 썼고, 앤드류 클레먼츠도 <벤저민 프랫 학교를 지켜라> 같은 탐정·추리물을 발표했다. 추리와 모험이라는 소재만큼 아이들이 좋아하는 이야깃거리는 없기 때문이다. 에리히 캐스트너의 <에밀과 탐정들> 또한 빼놓을 수 없다. 작가는 탐정 놀이 혹은 탐정 흉내를 내고 싶어 하는 어린이들의 마음을 동화로 풀어냈다. 자신의 영화에 카메오로 즐겨 등장했던 영화감독 히치콕처럼 동화 속에 신문기자로 등장해 아이들을 응원해주는 것도 잊지 않는다. 미장원을 하는 엄마와 단둘이 사는 에밀은 외할머니를 만나러 베를린에 간다. 할머니에게 드릴 큰돈을 지니고 혼자 기차를 타고 가는 일은 처음이라 에밀은 여간 긴장되는 게 아니다. 한데 같은 칸에 탄 중산모를 쓴 남자가 코를 골며 잠들자 에밀은 졸음을 견디지 못하고 깜빡 잠든다. 아차 싶어 눈을 떠보니 중산모를 쓴 남자는 보이지 않고 아뿔싸, 안주머니에 넣어둔 돈도 사라졌다. 창밖으로 서둘러 기차역을 빠져나가는 중산모를 쓴 남자를 발견한 에밀은 무턱대고 그를 따라 나선다. 탐정처럼 미행을 시작했지만 에밀에게 베를린은 낯설고 돈 한 푼 없는 신세다. 어떻게 해야 좋을지 막막하던 순간 또래 남자 아이를 만난다. 사정을 들은 구스타프는 친구들을 불러 모으고 작전을 짜고 역할을 분담하고 자금과 식량까지 모은다. 아는 사람 한 명 없던 시골 소년 에밀은 든든한 지원군이 생긴 것이다. 이제부터 진짜 탐정 못지않은 ‘에밀 작전’이 펼쳐진다. 엄마가 힘겹게 일해 번 돈을 잃어버린 에밀은 눈앞이 캄캄했다. 그러나 베를린에서 친구들을 만나고 마치 탐정처럼 에밀 작전을 펼치며 어쩌면 ‘돈을 잃어버린 것이 잘’된 건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 만큼 귀중한 경험을 한다. 모든 사건이 해결된 후 가족이 모였을 때 에밀은 ‘처음 보는 사람을 너무 믿지’ 말아야 한다는 걸 배웠다고 말한다. 그러나 동화는 더 많은 이야기를 독자에게 들려준다. 세상에는 중산모를 쓴 남자처럼 위험한 사람만 있는 건 아니다. 분명 낯선 사람을 조심해야 하지만 동화 속 신문기자 캐스트너나 베를린 아이들처럼 에밀을 믿고 도와주는 사람이 더 많다. 이런 믿음이 있어야 아이들은 세상으로 나아갈 수 있다. 초등 4~6학년. 출판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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