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이호철통일로문학상’ 본상 수상자 누루딘 파라(왼쪽)와 특별상 수상자 김종광(오른쪽) 작가가 28일 기자간담회에서 김미경(가운데) 서울 은평구청장과 함께 했다. 사진 최재봉 선임기자
소설가 이호철(1932~2016)의 삶과 문학을 기려 제정한 ‘이호철통일로문학상’ 제3회 본상 수상자로 소말리아 소설가 누루딘 파라(74)가 선정되었다. 특별상(상금 2천만원)에는 소설가 김종광(48)이 선정되었다. 상을 주관하는 서울 은평구는 28일 오전 서울 태평로 한국언론회관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이렇게 발표했다.
수상자 누루딘 파라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그동안 받은 25개 문학상 중에서도 이호철문학상이 특히 귀하고 영광스럽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는 “소말리아는 한국과 마찬가지로 분단국가이고, 나는 1974년 이후 조국에 돌아가지 못하고 여러 나라를 떠돌며 살고 있다”며 “이호철도 자의가 아닌 타의로 분단된 한반도 남쪽으로 내려오게 된 것으로 알고 있다. 이호철의 소설을 번역을 통해 읽었는데, 그의 문제의식을 보면 내게는 그가 나와 같은 소말리아나 아프리카 작가들보다 더 가깝고 형제처럼 느껴진다”고 까닭을 설명했다.
누루딘 파라는 1945년 소말리아에서 태어나 인도에서 대학 공부를 마쳤으며, 1974년 이후 아프리카의 여러 나라를 비롯해 유럽과 미국 등지를 오가며 생활하고 글을 써왔다. 1996년 망명 생활을 접고 귀국을 택했지만, 고국과 불편한 관계 때문에 2년 뒤 다시 남아프리카공화국 케이프타운으로 이주해 살고 있다. 1970년 첫 소설 <구부러진 갈비뼈에서>를 발표하며 데뷔했으며, 한국에도 번역 소개된 대표작 <지도>와 <해적> 등을 통해 소말리아의 현실을 세계사적 맥락 속에서 그려 왔다. 그는 자신이 소설을 쓰는 이유에 대해 “글을 통해 나의 조국을 생생하게 살아 숨 쉬는 곳으로 만들고 싶었다”고 밝히기도 했다.
파라는 “나와 같은 날 태어난 많은 이들이 가난과 질병, 전쟁 등으로 일찍 죽었는데 나는 아직 살아 있는 이유가 무엇일까 스스로에게 물어보곤 한다”며 “그 답은 불의와 싸우며 글을 쓰기 위한 것, 어느 곳에 있든 인간을 존중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종광 작가는 “이호철 선생님은 주변부 소시민의 삶을 다루며 분단된 겨레의 통일을 염원하는 글을 써오신 분”이라며 “이 시대의 사라져가는 농촌과 농민의 삶을 주로 다루어온 작가로서 선생님의 이름으로 된 상을 받는 게 기쁘고 영광스럽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는 “내 소설은 대부분이 아버님과 어머님의 삶을 기록한 것인데, 몇 달 전에 돌아가신 아버님 영전에 이 상을 바칠 수 있게 되어 감사 드린다. 앞으로도, 농촌이 지상에서 사라질 때까지 농촌의 실제 현실을 소설로 기록해 남기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오후 서울 은평구 통일로 서울혁신파크 혁신광장에서 열린 시상식에서 본상에는 상금 5천만원이 전달됐다. 29일 오후 3시에는 서울혁신파크 안 서울기록원에서 본상 수상작가 누루딘 파라와의 만남 행사가 열리며, 30일 오후 2시에는 역시 서울기록원에서 이호철 문학포럼과 김종광의 강연이 이어진다.
최재봉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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