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심리학 대가 리처드 니스벳·리 로스
60년 사회심리학 중요 연구 해설한 고전
“인간 행동엔 성격보다 상황이 큰 영향”
사회적 변화 끌어냈던 연구들 소개
60년 사회심리학 중요 연구 해설한 고전
“인간 행동엔 성격보다 상황이 큰 영향”
사회적 변화 끌어냈던 연구들 소개
리처드 니스벳·리 로스 지음, 김호 옮김/심심·2만8000원 선한 사마리아인의 비유는 매우 잘 알려진 기독교 성서 속의 우화다. 이 오래된 이야기 속에선, 강도를 만나 상처 입어 쓰러져 있는 여행자를 사회에서 중요한 위치에 있던 사제는 지나간 반면, 천시받던 사마리아인은 도와준다. 1970년대 미국 프린스턴대학의 심리학자인 존 달리와 대니얼 뱃슨은 이 우화를 비틀어 사회심리학 실험을 진행한다. 선한 사마리아인을 바쁜 상태와 바쁘지 않은 상태로 조작해보기로 한 것이다. 이들은 프린스턴대학의 신학생들에게 짧은 즉석연설을 녹음할 테니 근처 건물로 가라고 했다. 한 집단의 신학생에겐 “늦었으니 서두르라”고 하고, 다른 집단에겐 “시간이 아직 남아 있지만, 곧바로 가라”고 말했다. 약속 장소로 가는 길에 쓰러져 기침하는 사람을 맞닥뜨리게 되어 있었다. 실험 결과, 바쁜 신학생들은 10%만이 이 사람에게 도움을 줬지만, 시간이 넉넉했던 신학생들은 63%가 도움을 줬다. 이 ‘바쁜’ 사마리아인의 실험은 19세기 후반 태동해 다양한 실험을 통해서 인간의 사고와 행동의 구조를 규명하는 데 많은 성과를 거둬온 사회심리학의 성격을 잘 보여준다. 베스트셀러인 <생각의 지도>의 저자로도 잘 알려진 리처드 니스벳 미시간대학 심리학과 석좌교수와 리 로스 스탠퍼드대학 심리학 교수가 쓴 <사람일까 상황일까>는 사회심리학의 교과서로 꼽히는 책이다. 지은이들은 동조, 이타성, 갈등 해결, 집단행동 등 지난 60년간 진행된 사회심리학의 주요 연구들을 ‘인간의 생각과 행동엔 개인의 성격이나 기질보다는 상황이 큰 영향을 미친다’는 핵심 원리로 풀어낸다. 사회심리학에서 특별히 중요하게 생각하는 편향은 ‘기본적 귀인 오류’라고 불리는 것이다. 사람들이 다른 사람의 생각과 행동의 원인을 상황보다 성격과 성향에서 찾는 경향을 말한다. 그렇다면 그런 오류가 나타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사람들이 사건의 다양한 변동성을 인식하지 못하고 지나치게 확신하며 예측한다는 데 있다. 자신과 다른 사람이 사건을 구성하는 것에 차이가 있지만, 이런 차이를 잘 인식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자신의 판단을 ‘보편적인 것’이라고 과신해버리고, 다른 사람이 자신의 예상과 다른 쪽으로 행동하면 ‘성격이 이상한 사람’이라고 섣불리 단정해버리는 것이다.
앨버트 하스포트 3세와 해들리 캔트릴이 1954년 발표한 고전적 연구에선 똑같은 미식축구 경기를 보고 사람들은 서로 ‘상대팀은 비열하게 행동했고, 내가 응원하는 팀은 신중하게 대응했다’는 반응을 보였다. 어떤 팀을 지지한다는 ‘동기’가 같은 사건을 인식하는 데 큰 차이를 만들어낸 것이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리처드 니스벳 미국 미시간대학 심리학과 석좌교수. 출처 미시간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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