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초프 카프라·우고 마테이 지음, 박태현·김영준 옮김/경희대학교출판문화원·2만4000원 현대 세계는 어쩌다 이 지경에 처한 것일까. 심각한 기후 위기로 인해 인류 문명이 머지않아 사라질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이 수많은 과학적 연구를 근거로 속속 나오고 있다. “착취적이고 파괴적인 행동 양식을 바꾸지 않으면 인간 문명은 지구에서 사라질 수 있다.” <최후의 전환>의 저자인 물리학자 프리초프 카프라와 비교법학자이자 사회운동가 우고 마테이는 한 목소리로 이렇게 말한다. 이들은 인간들의 착취적이고 파괴적인 행동 양식을 추동해온 근원에 근대의 기계론적 세계관이 있다고 지목한다. 데카르트는 물질을 정신과 분리된 하나의 기계로 여겼고, 베이컨은 인간의 자연지배를 말했으며, 로크는 원자론적인 개체주의를 내세우며 기계론적 세계관을 형성하는 데 이바지했다. 이런 기계론적 세계관은 과학과 법학 또한 지배했다. 인간은 다른 모든 존재들과 다르다는 우월의식이 과학과 법학에 공고하게 자리 잡게 된 이유다. 이에 지은이들은 법에 대한 코페르니쿠스적 전환, 즉 주체와 객체가 기계론적으로 분리되지 않으며, 법질서의 기본 구성 요소는 원자적 개인이 아니라 공동체와 관계라는 방향으로 사고를 전환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들이 말하는 새로운 ‘법의 생태학’은 법질서가 정치, 경제, 정의, 종교, 사회의 행위규범과 분리되어 있다고 보지 않는다. 특히 이들은 보살핌과 상호성, 의무를 원리로 하는 ‘커먼즈’를 생태적 법질서의 핵심에 두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개인의 소유권을 통해 자연을 자기 마음대로 다룰 수 있다고 보는 데서, 환경은 다수의 사람이, 미래에 올 후손들까지도 공동의 동등한 권리를 가지고 있는 커먼즈에 속한다고 보는 관점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김지훈 기자 watchdo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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