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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남태평양 축섬에선 왜 해마다 박꽃이 필까?

등록 2019-08-16 05:59수정 2019-08-16 20:33

박꽃이 피었습니다
문영숙 글, 이영경 그림/위즈덤하우스·1만2000원

“초가 지붕 마루에/ 흰옷 입은 아가씨/ 부드럽고 수줍어/ 황혼 속에 웃나니” 이희승의 시 ‘박꽃’의 도입이다. 특이하게 저녁 무렵 피는 박꽃은 화사하고 예쁘기보다 단아하고 슬픈 느낌마저 든다. <박꽃이 피었습니다>는 우리나라 시골 담장에 필 법한 박꽃이 먼 남태평양의 축섬(Chuuk·책에선 추크섬으로 표기)에서 해마다 피었다 진다는 이야기로 시작한다. 야자수 아래 그려진 소담한 박꽃의 모습은 이국의 섬 이름만큼이나 낯설다.

<박꽃이 피었습니다>는 ‘위안부’ 소녀에 대한 이야기다. 일본과 경제 전쟁을 벌이는 가운데 맞는 올 광복절, 어린이들에게 권하기 적절한 책이라 하겠다. 주인공 순이는 방직 공장에서 돈을 벌게 해 주고 공부도 시켜 준다는 말에 속아 일본군의 배를 탔다가 끌려간 축섬에서 모진 일을 당한다. 도망을 치려다 붙잡힌 순이는 매를 맞고 땅굴 같은 방에 갇힌다. 몸도 제대로 가누지 못하던 순이는 고향을 떠나던 날 복주머니에 넣었던 박씨를 떠올리고 두 주먹을 불끈 쥐는데….

어린이에게 ‘위안부’라는 무거운 주제의 내용을 짧은 그림책을 통해 전달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그런 제한 탓인지 <박꽃이 피었습니다>는 순이라는 주인공을 통해 비극을 풀고 있지만, 이야기가 다소 생생하지 못하고 단조로운 느낌이 들어 아쉽다. 하지만 박꽃이라는 장치를 통한 여운으로 이를 보완하고 있다. 그림은 사물과 추상적 표현을 적절히 섞어 그런 제약을 잘 벗어났다. 예컨대 축섬에서 일본군이 소녀들에게 저지른 만행을 무궁화에 꼬인 벌레로 묘사한 부분 등이 그렇다.

전작에서도 일본군 성노예 피해자를 다루었던 문영숙 작가는 “추크섬 위안소 자리에 박꽃이 핀다는 기사”를 통해 이번 작품을 떠올렸다고 한다. 실제 지지난해 서울대인권센터 정진성 교수 연구팀이 축섬으로 끌려간 조선인 ‘위안부’ 26명의 명부와 사진을 처음 확인해 공개한 바 있다. 초등 3~6년.

권오성 기자 sage5t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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