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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정말 유령이 있을까?

등록 2019-08-02 06:01수정 2019-08-02 21:12

[책과 생각] 한미화의 어린이책 스테디셀러
인형의 비밀
홀리 블랙 지음, 김경희 옮김/찰리북(2015)

소름끼치게 무서운 이야기를 좋아한다고 말을 하면 사람들은 내 얼굴을 한 번 더 쳐다본다. 의외라는 표정들이다. 여름을 좋아하지 않으나 추리나 호러 소설을 읽을 수 있다는 점에서만은 더없이 반긴다. 이런 책들을 읽기에 딱 알맞을 만큼 여름은 덥고 습하고 불쾌하다.

어린이 책에 한정해서 말하자면 부모와 교사는 오싹오싹한 무서운 책들을 반기지 않는다. 그런데도 아이들은 열광한다. 영화로도 나온 판타지 <스파이더위크가의 비밀>을 쓴 홀리 블랙의 <인형의 비밀>은 이런 점에서 모두를 만족시키는 책이다. 지나치게 공포스럽지 않고 딱 알맞을 만큼 으스스하다.

주인공은 십대 초반의 파피, 마크, 앨리스다. 세 아이의 현실은 위태위태하다. 파피는 부모로부터 방치되어 있고, 엄마 아빠가 갑자기 세상을 떠난 앨리스는 엄격한 할머니와 사느라 숨이 막힐 지경이다. 자크는 집을 나갔던 아버지가 불쑥 돌아왔지만 용서할 마음이 없다. 세 아이들은 인형놀이를 하며 상상의 세계로 빠져들어 이야기 짓기를 즐겨왔다. 아이들이 현실로부터 자신을 지키는 방법이었다. 그러나 바야흐로 십대가 된 아이들은 언제까지 어린애처럼 인형놀이나 할 거냐는 놀림과 압박을 받기 시작한다. 자크의 아버지가 물어보지도 않고 인형을 버리는 바람에 강압적으로 놀이가 끝날 위기가 닥쳐온다.

파피는 인형놀이에서 여왕 역할을 한 괴이한 본차이나 인형을 주인에게 돌려주고 놀이를 끝내자고 제안한다. 파피의 꿈속에 엘리너 키치너라는 여자 아이 유령이 나타나 본차이나 인형 속에 자기 뼛가루가 들어 있으며, 그걸 자기 무덤에 묻어달라고 했다는 것이다. 마침 가출을 하고 싶었던 마크와 앨리스가 따라나서며 세 아이의 모험이 시작된다. 사람들이 세 아이들에게 금발머리 여자아이가 한명 더 있다는 투로 말을 건네며 아이들의 불안은 고조된다. 정말 유령이 있을 걸까. 그러는 사이 한 발 한 발 인형의 진실에 다가가는데….

무서운 이야기에 기겁하는 독자들은 유령이나 본차이나 인형 같은 기괴한 대상에 집중한다. 정말 두려운 건 그게 아니다. 십대가 된 아이들이 느끼는 위협은 다른 것이다. 갑자기 키가 크고 가슴이 나오고 2차 성징이 일어난 자신의 몸이 낯설고 과거처럼 놀 수 없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 성장의 문턱에서 느끼는 이질감이야말로 아이들을 불안하고 두렵게 한다.

유령이 정말 있을지 반신반의하며 길을 나선 아이들은 엘리너 키치너의 무덤을 찾고 소녀의 이야기가 진짜라는 걸 확인한다. 그렇다면 거짓부렁이라고 여겨졌던 아이들의 상상놀이도 거짓만은 아니다. 다시 돌아갈 수 없지만 분명 존재하는 유년시절처럼 말이다. 자신이 걸어온 길을 인정받을 때 아이들은 내일의 이야기 속에서도 살아갈 수 있다. 사춘기 앞에 서 있는 아이들이 느끼는 박탈감과 이질감을 으스스하고 괴이한 분위기 속에서 한껏 살려낸 멋진 작품이다. 초등 5~6학년.

출판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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