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서울 중구 환경재단 레이첼카슨홀에서 열린 <시베리아의 별, 이위종> 출간 기자간담회에 나온 이위종 열사의 외손녀 류드밀라 예피모바(왼쪽)와 외증손녀 율리아 피스쿨로바(가운데) 박사, 저자 이승우씨. 김영사 제공
이준·이상설과 함께 헤이그 특사 3인이었고, 후일 러시아 혁명군 장교가 된 이위종 열사의 일대기를 다룬 책이 나왔다.
16일 서울 중구 환경재단 레이첼카슨홀에서 열린 <시베리아의 별, 이위종>(김영사 펴냄) 출간 기자간담회에서 지은이인 재야 사학자 이승우씨는 “왜 이준 열사의 자료는 넘치는데 이위종은 없는지, 왜 사대부 출신인 이위종이 볼셰비키(레닌이 이끈 러시아혁명 분파)가 되었는지 지적 호기심으로 연구를 하게 됐다. 4년간의 연구 끝에 다다른 결론은 그는 한국 최초의 코스모폴리탄(범세계주의자)이자 독립전쟁론자였고 당대 최고의 로맨티스트였다는 것이다. 이런 그를 되살려 현실에 초대하려 했다”고 말했다.
책은 이위종이 어떻게 23살의 젊은 나이로 특사가 되었는지, 헤이그 특사 이후 러시아 장교로 제1차 세계대전에 참전한 뒤 볼셰비키 혁명군에 가담했는지 그의 일생을 쫓아간다. 아직까지 알려진 적 없는 이 열사의 실종 이후의 행적과 사망 당시의 상황은 일본군이 그를 납치해 처형했다는 상상의 나래를 펼쳐 쓴 역사소설, 즉 ‘팩션’(사실을 소재로 한 픽션)으로 채웠다.
이날 기자간담회에 이 열사의 외손녀 류드밀라 예피모바(83)와 함께 참석한 외증손녀 율리아 피스쿨로바(50) 박사는 “일본은 국제사회에 ‘한국에 철도와 학교를 만들어 발전에 도움을 줬다’고 주장했지만, 이 열사가 헤이그에서 연설을 한 이후로 모든 국가가 한-일 관계를 새롭게 보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러시아인인 외증손녀는 이 열사의 삶을 연구하기 위해 역사학 박사학위를 받았고, 모스크바대 역사학부 교수도 지냈다. 이어 그는 “이 열사가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잘 만들었고 굉장한 미남에 유행을 잘 따르는 사람이었다는 이야기를 선조들에게 들었다”고 회상했다.
율리아 박사는 “지금 한국과 일본의 관계가 악화하고 있는 점은 굉장히 유감스럽게 생각한다. 일본이 한국에 수출을 막은 물자(불화수소)를 러시아에서 지원해준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한-일 두 나라가 합의점을 찾아 원만히 해결하게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지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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