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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도현 “시 쓰는 사람보다 열심히 시 읽는 분들이 더 시인에 가깝다”

등록 2019-07-07 14:06수정 2019-07-07 20:12

[제2회 백두대간 인문캠프-경북 예천]
‘시가 생기는 시점’ 주제로 고향에서 강연
“올해 귀향 예정…시 읽는 모임 꾸릴 계획”
안도현 시인. 사진 경상북도 제공
안도현 시인. 사진 경상북도 제공
“스무살 때 전라북도에 있는 대학으로 진학한 이래 40년 동안 전북에서 살았습니다. 40년 객지 생활을 청산하고 올해 고향으로 돌아올 계획인데, 이렇게 많은 분들이 저와 함께하는 행사에 참여해 주시니 이것을 이사를 앞두고 액을 막아 주는 지신밟기로 생각하고 싶습니다.”

안도현(사진) 시인이 6일 저녁 고향인 경북 예천 용궁역 마당에서 일종의 ‘귀향 보고’ 행사를 마련했다. 경상북도와 예천군 주최로 열린 제2회 백두대간 인문캠프가 그 자리였다. 이 행사에는 서울에서 내려온 독자 400여명과 예천 및 인근 지역 독자 200여명 등 600여명이 참여했고, 이철우 경북 지사와 김학동 예천군수 등도 자리를 지켰다. 지난달 1~2일 소설가 김훈 편에 이어 마련된 2회 행사는 용궁역 마당에서 열린 안도현 시인의 강연과 음악회 말고도 6~7일 이틀 동안 도정서원, 선몽대, 금당실마을, 초간정 등 예천 일원의 명소 답사와 시 낭독회, 사인회 등으로 꾸며졌다.

6일 저녁 용궁역 마당 강연에서 안도현 시인은 “흔히들 현직에서 은퇴한 뒤에 귀향을 결심하는데 저는 현직에서 한참 일을 할 나이에 고향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는 일을 하자는 생각으로 귀향하기로 했다”며 “귀향해서는 예천을 전국에 알리는 잡지를 만들고, 고향 분들과 시 읽는 모임도 꾸릴 계획”이라고 밝혀 큰 박수를 받았다. 그는 그러나 “예천으로 오더라도 내 이름으로 된 문학관이나 문학상은 결코 만들지 않겠다. 왜냐하면 나는 아직 성장 과정에 있는 아기이기 때문”이라고 강조해 더 큰 박수를 받았다.

‘시가 생기는 지점’을 주제로 한 강연에서 안도현 시인은 “시는 구체적인 것을 자세히 들여다보는 데에서 비롯된다”며 “무엇인가를 자세히 보고 듣게 되면 지금보다 더 풍요롭고 행복하며 시적인 삶을 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무언가를 자세히 보고 듣는 것이야말로 시를 쓰는 마음에 가깝습니다. 저는 시를 쓰는 사람보다 시를 열심히 읽는 분들이 오히려 시인에 가깝다고 생각해요. 요즘은 인터넷과 휴대폰으로 웬만한 시는 다 읽을 수 있습니다. 하루에 한두 편 정도라도 꾸준히 읽는 버릇을 들이면 좋겠어요. 학교 다닐 때 시험에 대비해 분석하듯 읽는 식 말고, 좋아하는 시를 부담 없이 읽다 보면 시와 좀 더 가까워질 수 있지 않을까요?”

6일 저녁 경북 예천 용궁역 마당을 가득 메운 시민들이 안도현 시인의 강연을 듣고 있다. 경상북도 제공
6일 저녁 경북 예천 용궁역 마당을 가득 메운 시민들이 안도현 시인의 강연을 듣고 있다. 경상북도 제공
강연이 끝나고는 청중들의 질문과 그에 대한 시인의 답변이 이어졌다. “연탄재 함부로 발로 차지 마라/ 너는/ 누구에게 한 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는 유명한 시 ‘너에게 묻는다’를 언제 어떤 계기로 쓰게 되었는지 하는 질문이 나왔다.

“그 시는 이십몇년 전 전교조 해직교사 시절에 썼습니다. 제목은 ‘너에게 묻는다’지만 실은 나에게 묻는 것이죠. 내가 비록 가진 게 많지 않지만 나보다 덜 가진 사람들도 둘러보고 생각하며 남을 위해 살아야 하지 않겠어, 하는 생각으로 쓴 것입니다. 연탄은 모든 것을 사람에게 주고 재가 되어서는 발에 차이는 신세가 되죠. 이처럼 쓸모없고 별 볼 일 없는 존재에게 의미를 부여한 것을 독자들이 좋아해 주신 듯합니다.”

안도현 시인은 6일 오전 독자들과 함께 내성천변 도정서원을 답사한 자리에서는 “이곳은 제 고향 마을에서 가까워서 어릴 때에도 자주 놀러 왔던 곳인데, 그때는 풀 한 포기 없이 하얀 금모랫벌이었던 천변이 지금은 무성한 풀밭으로 변해 버렸다. 4대강 사업 여파로 내성천 상류에 영주댐이 만들어졌기 때문”이라며 안타까워했다. 백두대간 인문캠프는 9월 28~9일 정호승 시인과 10월 12~3일 만화가 이원복 편으로 이어질 예정이다.

예천/최재봉 선임기자 b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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