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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공복에 감을 먹으면 위험할까?

등록 2019-07-05 06:01수정 2019-07-05 19:35

식물학자의 식탁
스쥔 지음, 박소정 옮김/현대지성·1만7500원

뽀빠이는 위기에 처할 때마다 시금치 통조림을 꺼내 먹고 악당을 물리친다. 덕분에 많은 어린이들이 “뽀빠이처럼 힘이 세려면 시금치를 많이 먹어야 한다”는 잔소리를 듣고 자랐을 텐데, 실제로도 그럴까? 식물학자의 답변은 이렇다. “시금치의 영양가가 알차긴 하지만, 많이 먹으면 오히려 칼슘 유실을 초래할 수 있다.” 좀 속은 느낌이다.

식이섬유가 풍부하고 열량이 낮은 시금치는 다이어트에 좋은 채소지만, 체내에서 칼슘과 결합하는 특성을 가진 옥살산이 다량 함유되어 있어 많이 먹으면 칼슘 부족, 심하면 옥살산 중독을 일으킬 수 있다. 이처럼 아무리 몸에 좋은 식재료라고 해도 요리법·섭취량 등에 따라 약이 되기도 하고 독이 되기도 한다. 중국 식물학자인 저자가 식탁에 자주 오르내리는 식물 37종에 대해 분석한 내용이 <식물학자의 식탁>으로 묶였다.

생물학의 한 분과인 식물학은 식물에 관련한 학술적 지식에서 더 나아가 식물의 재배 역사와 전파 경로, 화학 성분, 조리 방법까지 살피는 학문이다. 저자는 광범위한 식물학 지식을 토대로 ‘먹을 수 있는가?’, ‘맛있는가?’, ‘어떻게 먹는가?’라는 질문에 답변한다. ‘셀러리가 정자를 죽인다는 게 사실일까’, ‘공복에 감을 먹으면 진짜 위험할까’처럼 식물을 둘러싼 오해나 진실에 대해서도 적극적으로 설명한다.

이 책이 단순한 식물 백과사전에 그치지 않는 이유는 식재료에 얽힌 역사·사회적 맥락도 다양한 문헌을 토대로 충실히 설명하기 때문이다. 뿌리채소인 카사바는 감자보다 부드럽고 고구마보다 달콤한 맛을 자랑하지만, 대부분의 성분이 전분(탄수화물)이어서 만약 이를 주식으로 할 경우 단백질 에너지 결핍증을 유발하기 쉽다. 병충해에 강하고 생산량이 많은 탓에 아프리카 대륙에서 주식으로 섭취하는데, 이 탓에 아프리카의 저소득층 지역민들이 만성적인 영양 부족에 시달린다는 지적도 가볍게 넘길 만한 대목이 아니다. 특히 카사바는 16세기 식민지 개척이 시작되면서 노예를 위한 식량으로 대량재배되기 시작해 아프리카로 전파됐다는 씁쓸한 역사도 갖고 있다.

책에서 다루는 식물은 기본적으로 식재료이지만 양귀비나 대마, 담배잎처럼 인류의 역사와 떼려야 뗄 수 없는 기호품도 설명해 흥미를 더한다. ‘가지를 먹으면 다이어트에 유리할까’라는 질문에 대한 저자의 답변은 책 곳곳에 숨어있는 재치를 응축해 보여준다. “가지 자체는 열량이 높지 않지만, 가지 요리를 맛있게 하려면 기름을 많이 쓸 수밖에 없다. 이렇게 가지를 요리하면 감량은커녕 체중이 늘어난다. 적게 먹고 운동을 많이 하는 것이야말로 다이어트의 묘책이다.” 학자의 조언답다.

황금비 기자 withb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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