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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기성 질서 안에서 변혁을 추구하는 ‘비판법학운동’

등록 2019-07-05 06:00수정 2019-07-05 19:46

비판법학운동-새로운 시대의 위대한 과업
로베르토 웅거 지음, 이재승 옮김/앨피·1만8000원

미국 하버드대 로스쿨 교수이자 브라질 정치인인 로베르토 웅거(72)는 1976년 29살에 로스쿨 종신교수가 됐고, 이듬해 ‘비판법학회’를 창설했다. 비판법학은 1960년대 미국 민권운동을 배경으로, 형식주의를 거부하고 법과 사회의 관계를 주목한 법현실주의와 진보적 역사학의 전통, 유럽의 프랑크푸르트학파 등 비판이론의 영향을 받았다. 이후 비판법학은 법철학, 헌법학, 비판범죄학, 법여성학 등 다양한 법 영역에서 분화발전하면서 지금도 국제적인 영향력을 보유하고 있다. 변호사 출신인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은 자신에게 가장 큰 영향을 준 인물로 웅거를 빼놓지 않았다.

이 책은 1983년 비판법학 연례회의에서 행한 강연을 토대로, 2015년 개정판을 출간할 때 비판법학운동사와 현대 주류 법철학의 전개 과정, 자신의 법률관인 법다원주의를 개관하는 장문의 글을 추가했다. 이 책에서 웅거는 체제 전복, 청사진에 입각한 혁명을 거부하고 제도적 프로그램에 입각한 사회의 점진적 변혁을 지지한다. 그는 자신의 입장을 보수적인 개량과 혁명 사이의 “혁명적 개혁”이라고 부르며, 이를 “초자유주의”라고 부른다.

로베르토 웅거 미국 하버드대 법철학 교수. 사진 앨피 제공
로베르토 웅거 미국 하버드대 법철학 교수. 사진 앨피 제공
웅거는 당시 비판법학의 흐름을 신마르크스주의, 해체주의, 제도주의로 구분한 뒤, 제도주의의 관점에서 앞의 둘을 비판한다. 체제 전복의 의도와 실천이 사라진 맥빠진 신마르크스주의는 ‘제3의 길’이란 사회민주주의 배후 관념으로 물러나 앉게 된다. 프랑스의 포스트구조주의의 영향을 받은 해체주의는 어떤 법해석도 허용된다는 극단적 회의주의로 귀결돼, 자신들이 물리치고자 했던 주류 법학을 오히려 온건하고 합리적인 그룹으로 부각하는 결과를 낳았다.

그러나 제도주의는 기성 질서 안에 존재하는 모순과 다양성을 재발견하고 지배적 해법에 맞서 이탈적 해법을 다양한 영역으로 확장하고 주류화시켜 변혁을 달성하고자 한다는 것이 웅거의 주장이다.

김지훈 기자 watchdo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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