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혜경 지음/위즈덤하우스·1만6000원 어느 날 꿈에 직장 사람들이 출연했다. 그들과 갈등하다가, 잠시 머리를 식히려고 드라이브를 떠났다. 갑자기 어디선가 나타난 차가 내 차를 들이박았다. 충돌 순간에 꿈에서 깼다. 이런 꿈을 꾸면 대개 ‘내가 직장 스트레스 때문에 악몽을 꿨구나’까지 생각하고 넘길 공산이 크다. ‘꿈에 의미 부여하는 일은 미신’이라며 애써 찜찜함을 덮으려 한 기억이 있을 것이다. <꿈이 나에게 건네는 말>의 지은이는 다른 선택을 권한다. “악몽은 나쁜 꿈이 아니다. 시급한 메시지가 있으니 잘 들여다보라는 초대이다.” 심층 심리학과 신화학 등을 익힌 지은이는, 꿈을 ‘좋은 꿈’과 ‘나쁜 꿈’으로 나누는 일 자체가 불필요하다고 본다. 그에게 꿈은 책의 부제처럼 “내가 왜 힘든지 모를 때 마음이 비춰주는 거울”이기 때문이다. 꿈은 언제나 나를 돕고자 한다. 내가 건강하게 성장하기를 바란다. 지은이가 ‘안 좋은 꿈’이라는 말 대신 ‘중요한 꿈’이라는 표현이 적절하다고 보는 이유다. 꿈은 어떻게 내 의식의 확장에 보탬이 될 수 있을까. 지은이는 “꿈은 꿈꾼 사람이 이미 아는 사실을 다시 확인하라고 복습하지 않는다”고 단언한다. 맨 처음 꿈이 말하고자 하는 바를 ‘직장 스트레스’라고 단순 요약할 수 없다는 의미다. “꿈을 이런 식으로 단정 지으면 꿈이 일러주고 싶은 내용을 놓치기 쉽습니다. (…) 일반화하거나 내 방식이나 틀을 갖고 꿈을 만나는 것은 바람직한 태도가 아닙니다.” 꿈은 내 의식 세계 너머, 무의식을 담고 있다. 꿈과의 대화는 ‘내가 모른다는 것을 아는 지혜’에서 시작된다. 나는 꿈을 통해 내가 몰랐던 미성숙한 나, 무책임한 나, 공격적인 나, 상처 입은 나, 도전하는 나, 용감한 나 등을 만나게 된다. 꿈에 등장하는 가족, 친구, 만나본 적 없는 유명인, 귀신, 벌레와 동물 등 모든 출연진이 나를 투사한 거울이다. 가족의 무의식, 집단의 무의식도 나의 꿈에 맞물려 나타난다. 문제는 이성과 논리의 세계, ‘사실주의’ 언어에 익숙한 현대인들이 꿈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꿈은 “깊이의 언어, 이미지의 언어”에 가깝다. 지은이는 꿈을 “최고의 예술”이라고 정의한다. 꿈은 “원형적 드라마가 나만의 고유한 버전으로 재현되는 양식”, “감동에 취하게 하는 한 편의 시(詩)”이다. 꿈 해석을 위한 의식적 노력과 훈련이 필요한 이유다. 지은이는 특히 혼자서 자기 꿈을 해석하기보다, 여러 명이 함께 서로의 꿈을 들여다보는 공동작업을 추천한다. ‘꿈을 잘 안 꾼다’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지은이는 “‘나는 꿈을 안 꿔’라기보다 ‘나는 습관적으로 꿈을 잊어버려’가 정확한 표현”이라고 본다. 자신의 “꿈 에너지를 존중하고 활성화하는 길”을 스스로 선택할 수 있다. <꿈이 나에게 건네는 말>은 꿈을 가까이하려는 이들을 위한 친절한 안내서다. 문화방송 라디오 <세상을 여는 아침> 속 ‘어젯밤 꿈 이야기’ 꼭지 등 여러 라디오 프로그램과 지은이의 꿈작업 워크숍을 통해 모은 50여편의 꿈 사례를 하나하나 들여다본다. 꿈 일기를 쓰는 방법, 꿈에 대해 자주 나오는 질문에 대한 답변, 여러 명이 그룹으로 꿈작업을 할 때 미리 알아두어야 할 지식과 주의사항 등도 쉽게 정리했다. 김효실 기자 tran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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