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인욱 지음/흐름출판·1만6000원 러시아 과학원 고고민족학연구소에서 공부하고 지금도 매년 시베리아와 몽골, 중앙아시아의 초원을 탐사하는 이야기꾼 고고학자 강인욱 교수가 고고학의 세계로 독자를 안내한다. 혹시나, 쥐라기 시대의 공룡 뼈를 발굴하는 모험 이야기를 기대하는 독자라면 고생물학이나 지질학 책을 펼치시라. 고고학은 멀리는 구석기시대부터 몇백년 전까지 “유물을 통해 죽어 있던 과거에 새로운 삶을 부여하는”, 인류의 삶의 흔적을 찾는 학문이기 때문이다. <고고학 여행>은 지은이가 “유라시아 일대를 다니면서 찬란한 황금 유물에서 자작나무를 감싼 시베리아 원주민의 인골까지 다양한 유물들과 씨름”해온 시간의 기록이다. 고고학 발굴은 영화 <인디애나 존스>나 <미이라>처럼 짜릿한 모험과는 거리가 멀다. 흙먼지 구덩이에서 흙을 보물 다루듯 한겹씩 벗겨내고 있는 모습이 진짜다. 섬세하고 고된 작업을 통해 고고학자들은 미지의 세계로 시간여행을 한다. 작은 토기 조각 한 점에서도 “땅에서 들려오는 삶에 대한 울림”(부제)을 마주하는 지적 흥분과 희열을 맛본다. 알타이 산맥의 동굴에서 콩알만 한 뼛조각이 발견된 데니소바인은 네안데르탈인과 현생인류를 잇는 고인류다. 동굴엔 6m 두께의 흙이 22개 지층으로 쌓여 있는데, 데니소바인 화석은 바닥에서 4m 위의 11층에서 발견됐다. 5만년 전 사람이다. 한 삽 두께가 몇만년이다. 발굴 지점을 잘못 기록하면 인류 진화의 기록도 몇만년씩 바뀌게 된다. 이밖에도 사별한 남편의 미라 옆에 놓인 편지, 신이 허락한 환각의 음료, 고고학을 꽃피운 제국주의의 역설 등 흥미로운 이야기가 가득하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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