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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욕망의 시선을 공산주의의 지평에 두자”

등록 2019-06-21 05:59수정 2019-06-21 20:03

공산주의의 지평
조디 딘 지음, 염인수 옮김/현실문화·2만원

공산주의의 귀환을 이야기하는 논의는 2008년 세계 금융위기 이후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알랭 바디우, 자크 랑시에르, 에티엔 발리바르, 슬라보이 지제크 등이 주도한 ‘공산주의의 이념’ 학술대회는 2009년 파리를 시작으로 베를린과 뉴욕에 이어 2013년엔 한국에서 열리기도 했다. 브루노 보스틸스의 <공산주의의 현실성>(2011)과 보리스 그로이스의 <코뮤니스트 후기>(2010) 등의 연속선상에서 조디 딘의 <공산주의의 지평>은 “공산주의의 지평은 잃어버린 것이 아니다. 그것은 실제다”라고 외친다.

조디 딘은 미국 호바트앤윌리엄스미스대학 교수로 정치 이론과 페미니즘, 공산주의를 강의하고 있다. 동시에 국제여성파업(IWS)에 참여하는 등 정치의 현장에서 민중과 활동가들을 위한 이론적 작업을 진행하는 실천적 이론가이기도 하다.

조디 딘의 <공산주의의 지평>은 공산주의의 실현 가능성을 말하는 저서들의 연속선상에 있다. 출처 호바트앤윌리엄스미스대학 누리집
조디 딘의 <공산주의의 지평>은 공산주의의 실현 가능성을 말하는 저서들의 연속선상에 있다. 출처 호바트앤윌리엄스미스대학 누리집
그는 책의 전반부를 현실 사회주의와 공산주의를 동일하게 생각하는 고정관념에 대한 도전으로 시작한다. 딘이 보기에, 미국 등 자본주의 국가들은 공산주의-소비에트-스탈린주의-붕괴라는 사슬에 갇혀 소련을 단일적 대상으로 사고하고 있다. 하지만 실제로 공산주의와 자본주의 두 체제는 때론 동맹이자 때론 적으로 깊숙이 서로 접속되어 있었다. 두 체제는 서로가 자기 체제를 바라보고 평가하는 입지점을 제공한다고 보는 점에서는 동일했다. 미국은 소비에트의 눈으로 자신을 봐서는 충분히 평등하지 않았기에 이를 보완하기 위해 시민권과 사회복지를 강화했다. 반대로 소련은 미국에 비해 생산력이 낮았기에 서구를 “따라잡고 극복하자”는 구호 아래 생산성 향상에 박차를 가했다. 때문에 딘은 “소비에트연방은 공산주의의 안정적 지시 대상이 아니다”라고 말한다.

공산주의의 가능성을 억누르려는 이들은 역사가 일종의 ‘상수’처럼 작용하며, ‘한 번 일어났던 일은 반드시 다시 일어날 것이고 그것을 바꾸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없다’는 식의 ‘역사성 없는 역사’를 말할 뿐이다. 하지만 딘은 공산주의는 비잔틴제국처럼 흘러간 과거가 아니라 “끈질기게 지속 중”이며 “살아 있는 현존 혹은 가능성”이라고 말한다. “역사에 호소하는 일에 대한 최선의 응답은 공산주의-소비에트-스탈린주의-붕괴로 엮인 사슬을 깨뜨리는 것이고, 각양각색의 풍부한 운동과 투쟁으로부터 새것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이는 용기, 반란, 연대로 이루어진 역사다.”

딘은 공산주의 주체의 명칭들, 프롤레타리아트, 다중, 몫이 없는 몫 등에 대한 대안으로서 분할적·분열적 인민을 뜻하는 “나머지 우리로서 인민”(the people as the rest of us)이라는 관념을 제안한다. 문제는 좌파 진영 일부가 빠져 있는 개체화와 ‘멜랑콜리’다. 공산주의를 더이상 현실적 대안으로 생각하지 않는 좌파는 집단적 세력을 형성하지 않고 개인들이 파편화된 채로 방향성 없이 벌이는 일들을 찬양한다. 하지만 이들은 적을 상정하는 분할과 적대를 피하면서 공통의 목적 없이 이슈 정치나 정체성 정치 등으로 파편화되기를 강조하는 ‘멜랑콜리’에 빠져 있을 뿐이라는 것이 딘의 진단이다.

이에 딘은 “좌파는 모름지기 인민의 집합적 권력에 헌신해야 한다. 좌파가 저 자신을 한정해 우파가 차지하고 선 개체주의와 민주주의의 개념 어휘들에 묶여 있는 한, (…) 좌파는 평등을 쟁취하려는 전투에서 계속 지고 말 것”이라고 말한다. 그는 집합적 주체로서 ‘나머지 우리’에게 공산주의적 욕망을 가져다줄 매개는 곧 “정당”이라면서, 개체로 흩어진 좌파들을 모아 공산주의 정당으로 재탄생시킬 것을 주문한다.

김지훈 기자 watchdo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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