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르셀라 이아쿱 지음, 이정은 옮김/책세상·1만4000원 “거대한 역사적 변화는 항상 똑같은 방식으로 이루어졌다. 즉, 스스로 자연스레 해체될 것을 거창한 정치적 결정으로 해체하는 방식으로 말이다. 그러니까 이미 죽은 것을 죽이겠다고 결정하는 것이다.” <커플의 종말> 지은이에게 현대 프랑스의 결혼·가족과 섹스 체제는 ‘이미 죽은 것’이다. 1972년 41만7000건이던 혼인 건수가 2013년 기준 23만1000건으로 반토막 났다. 18살 이상 프랑스인 가운데 12%(500만여명)는 가족, 직장, 친구, 사회단체, 이웃 같은 주요 사회관계 안에서 친하게 지내는 사람이 단 한 명도 없다. 프랑스 국립과학연구원의 연구 소장이자 논평가인 지은이의 역사적·제도적 원인 분석은 논쟁적이다. 그에 따르면 근대 국가는 섹스 영역 개입을 최소화하며 커플·혼인 관계를 유지하는 남성의 권력남용을 허용 또는 방관했다. 하지만 19세기 초부터 통치를 강화하고자 형법을 통해 커플·부부 관계에 대한 개입을 확대했고, 1970년대 ‘성 혁명’으로 급진적 페미니즘의 주장을 일부 받아들인 사법제도 역시 여성 해방에 보탬이 되기는커녕 사회관계망을 파괴하는 역효과만 키웠다. “성을 사회에 통합해줄 다른 모델을 탐색”할 목적으로, 샤를 푸리에의 ‘성적 박애주의 원칙’이 구현된 공동체를 대안으로 내놓은 마무리는 지나친 도약으로 보인다. 지은이의 논지 전개를 따르면, 페미니즘을 일부 받아들인 국가도 여성 억압적 상황을 완전히 타개하지 못했다. 과연 형벌 대신 ‘모두에게 자애로운 섹스’를 사회안전망으로 갖추는 것으로 이 공고한 억압을 해결할 수 있을까? 김효실 기자 tran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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