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선 소설집 ‘사막에서 사는법’
이선(52)씨가 소설집 〈사막에서 사는 법〉(민음사)을 내놓았다. 어림 20년 동안 다양한 인간 군상을 주로 장편에 담아왔다. 중산층의 욕망을 질박하게 그린 〈행촌 아파트〉, 유신시대 초기 운동권 학생들의 고뇌를 드물게 글감 삼은 〈우리가 쏘아올린 파이어니어호〉 따위가 그렇다.
요실금에 걸린 팔십대 노인 청양댁(〈사막에서 사는 법 6〉), 비굴한 것보다 외려 악한 게 낫다며 아내를 때리는 ‘삼촌’(〈사막에서 사는 법 4〉) 등 9편에서 주인공의 삶은 대개 비루하다. 하지만 현실을 빗댄 ‘사막’이 단순히 고투하며 살아가야 하는 척박한 모래땅만 뜻하는 거라면 글은 흔하고 재미없다. 덧붙여, 사막은 금세 잡힐 듯 신기루가 아른거리는 공간임을 내비치고 있는 듯하다. 즉 지은이는 희망과 낙망이 뒤섞인 이중적 현실을 직시하되, 그로 인한 인생의 허무보다 유희에 무게를 두어 삶의 의지를 다독댄다.
한 주부는 여행간 남편이 바람필 것을 의심해 과외 학생을 통해 미행하면서도 결국엔 남편의 건강을 염려한다. 늘그막에 한 집에 살며 밤낮없이 다투던 본처와 후처가 따로 살게 된 뒤 오가는 전화는 비뚜름하지만 진심으로 안부를 묻고 있다. 이런 이중성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는 주인공이 하나같이 여성이라는 사실이 자못 위험스럽기도 하다. 작중 한 남성은 “세상의 모든 관계는 …사막 한가운데에서 지친 끝에 만나게 되는 신기루일 뿐. 차라리 홀로 가리라. 서로에게 부대끼며 괴로워하는 일 없이…”라고까지 외치질 않는가.
임인택 기자 imi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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