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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이상하기 짝이 없고 위대한 프랑스 황제”

등록 2019-06-07 06:01수정 2019-06-07 19:32

괴제 나폴레옹 3세-현대 프랑스를 설계한 막후 실력자
가시마 시게루 지음, 정선태 옮김/글항아리·2만8000원

“세계사에서 모든 중대 사건이나 인물은 두 번 반복된다. 한 번은 비극으로, 또 한 번은 소극으로.”

카를 마르크스가 <루이 보나파르트의 브뤼메르 18일>(1852)에 헤겔을 인용해 쓴 유명한 구절이다. 루이 보나파르트, 즉 나폴레옹 3세는 프랑스가 영웅으로 내세우는 나폴레옹 보나파르트의 조카이자, 프랑스가 애써 외면하는 인물이다. 1848년 2월 혁명으로 성립된 프랑스 최초의 공화국 체제를 쿠데타로 뒤엎어 제정으로 되돌린 뒤 최후의 군주로 한 시대를 풍미했다. 후대의 세평은 대체로 냉소적이다. 바보 같고 우스꽝스런, 허욕의 화신이랄까.

나폴레옹 3세의 초상화. 독일 화가 프란츠 빈터할터의 1855년작. 위키미디어 코먼스
나폴레옹 3세의 초상화. 독일 화가 프란츠 빈터할터의 1855년작. 위키미디어 코먼스
일본의 프랑스 사회·풍속사 학자인 가시마 시게루는 <괴제 나폴레옹 3세>에서 그런 통념을 뒤집고 ‘마지막 황제’의 치적과 그 역사적 의미를 재발견한다. 결론은 “나폴레옹 3세야말로 제대로 평가받지 못한 위대한 황제”다. 19세기 중반의 혼란스런 정국을 안정시키고, 경제의 토대를 닦고, 도시계획으로 파리를 개조하는 등 현대 프랑스를 정초했다는 것이다. 지은이는 “제2제정이 없었다면 프랑스가 근대국가의 반열에 설 수 있었을지 의심스럽다”고까지 말한다. 얼핏 시오노 나나미류의 ‘영웅 사관’이 비친다.

지은이는 풍부한 문헌들에 근거해 당시 프랑스 안팎의 정세뿐 아니라 나폴레옹 3세와 주변의 깨알같은 일화들을 풀어놓는다. 야릇한 흥미를 자극하는 이야기도 있다. 일본 저술가들이 유명 인물에 간명한 별칭을 붙이는 건 새삼스럽지 않지만, 그래도 ‘괴제’는 낯설다. 지은이는 “이상하기 짝이 없는(…) 어떤 사람인지 가늠할 수 없는 인물”의 매력에 빠져들었다며, “색안경을 벗고 바라볼 것”을 주문한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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