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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영신 “예술가들 찌질함 보고 있자니…속에서 부글부글”

등록 2019-05-28 17:46수정 2019-05-28 20:32

40대 예술가들 소재 웹툰 ‘아티스트’ 완결
직접 보고 겪었던 권력 다툼·성추행 사건
논픽션으로 가감없이 까발려
마영신 만화가가 20일 오전 서울 마포구 망원동 작업실에서 <한겨레>와 인터뷰하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마영신 만화가가 20일 오전 서울 마포구 망원동 작업실에서 <한겨레>와 인터뷰하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마영신 작가는 대뜸 비트코인 이야기를 꺼냈다. “지난해 비트코인 열풍 때 투자를 많이 했다가 망해버린 거예요. 빌린 돈을 갚아야 해서 예정보다 빨리 연재를 시작했죠.”

마 작가가 최근 다음 웹툰에 <아티스트> 마지막 회를 올렸다. <아티스트>는 소설가 신득녕, 화가 곽경수, 음악가 겸 작가 천종섭 등 40대 예술인 세명을 주인공으로 한 만화다. 이들이 겪는 성공과 몰락을 중심으로 예술판의 권력 다툼, 오해와 미움, 권태 등을 다룬다. 예술가들의 속내와 기행을 논픽션으로 까발리는 통에 부끄러움은 독자의 몫인 만화다. 로커 출신 작가가 래퍼와 샘플링을 두고 말다툼을 벌이다 맥주를 원샷하고 가게가 떠나가라 “락앤롤!”을 외치는 장면 같은 데서 말이다.

<아티스트>에 등장하는 상황과 대사 대부분이 마 작가가 직접 보고 겪었거나 실제 일어난 일들이다. 최근 서울 마포구 작업실에서 만난 마 작가는 “예술가들을 많이 만나니까 그들 안의 모순도 많이 봤어요. 누군가 잘되면 열등감과 질투에 상대를 쪼아대기도 하고요. 술 마시다가도 그런 일을 보면 조용히 적어두곤 했어요. 이런 예술가들의 찌질함, 허세가 제 속에서 부글부글 끓다가 작품이 된 거죠”라고 말했다. 작품에 지나가듯 등장하는 만화계 성추행 사건도 그가 이미 수년 전부터 알고 있었던 일이다. “‘이게 내가 했던 일을 그린 건가 할 수 있는데 워낙 여러 사례를 섞어놔서 모를 거예요. 혹시 알아도 쪽팔려서 자기 얘기냐고 못 물어보겠죠.”

‘아티스트’의 찌질이 예술가 삼총사. 왼쪽부터 화가 곽경수, 소설가 신득녕, 음악가 겸 작가 천종섭.
‘아티스트’의 찌질이 예술가 삼총사. 왼쪽부터 화가 곽경수, 소설가 신득녕, 음악가 겸 작가 천종섭.
댓글에는 ‘홍상수 영화 못지않다’는 평도 있다. “이런 만화가 없지 않나 싶었어요. 홍상수 감독 영화에선 주로 남녀 관계에서 예술인의 찌질한 모습을 많이 다뤘지만 저는 예술가들의 권력욕까지 넓고 깊게 이야기해보고 싶었어요.” 그런데 대체 왜 예술가들 중에선 독특한 사람이 많은 걸까. “작가들에게 유아적인 면이 있죠. 자기 욕망을 잘 알아야 작품으로 표현해낼 수 있기는 하니까요. 하지만 그러다 보면 결국 주변 사람들이 다 떨어져나가 버리죠.”

‘아티스트’는 화가, 소설가, 음악가 등 40대 남자 예술인들의 허위와 모순을 까발린다.
‘아티스트’는 화가, 소설가, 음악가 등 40대 남자 예술인들의 허위와 모순을 까발린다.

“예술가들의 모순된 속내와 기행
술 마시다가도 메모해 그림으로
웹툰 산업 구조가 싸구려
판 좀 엎으라고 대사로 경고했죠”

주인공 가운데 신득녕은 특히 흥미로운 인물이다. 독자들은 무명 소설가에서 문예지 대표가 된 뒤 그의 행동을 두고 그가 권력에 맛을 들인 것인지, 아니면 예술적 신념을 지키려 한 것인지 댓글로 논쟁을 벌이기도 했다. “원래 신득녕에게 독재자, 꼰대 이런 캐릭터를 부여했는데, 제가 그런 성향으로 계속 끌고 가려니 캐릭터가 저항하는 거예요. 그래서 스토리는 그대로지만, 뉘앙스가 달라졌어요. 보는 사람에 따라 독재자로 보이기도 하고, 멋있게 보이기도 하는 거죠.”

비트코인 투자 실패는 마 작가가 기획자로 활발하게 활동하게 하는 계기도 됐다. 작품 속에선 신득녕이 친구인 음악인 천종섭의 책 출간을 기획해 대박을 내는데, 이 대목은 마 작가의 경험에서 나온 장면이다. 그는 사진 촬영을 거의 본업처럼 하는 체리필터 드러머 손스타의 사진집 출간을 기획해 최근 <거리의 거리>라는 결과물을 내기도 했다.

마 작가의 다음 작품은 5·18 광주민주항쟁을 다룬다. 그의 인기작 <엄마들> 후속편도 연재할 생각이다. 장르물 만화 스토리도 써놓았는데 랜섬웨어 바이러스에 걸려 파일이 날아가버렸다. <아티스트> 후속편도? “곽경수가 영화 미술감독으로 영화판으로 가고, 신득녕은 몰락해가는 과정을 보여주면 어떨까 생각했는데 그냥 이 정도로 끝나는 게 좋을 것 같아요. 하하.”

이야기는 웹툰 산업으로 이어졌다. “웹툰 산업 구조가 싸구려예요. 기안84 작가의 네이버 웹툰 <복학왕>은 소수자 비하로 논란이 이는데, 이런 내용은 담당 피디가 보고 걸러내야 하거든요. 그런데도 그냥 올린 건 네이버 웹툰이 작가 보호를 하지 않은 거예요.” 작품에 나오는 ‘거듭해서 판을 뒤엎겠다’는 신득녕의 각오는 웹툰 산업을 향한 쓴소리기도 하다. “이대로 가면 웹툰이 쓰레기통이 될 테니까 판을 좀 엎으라고 신득녕을 통해서 경고하는 거죠.”

김지훈 기자 watchdog@hani.co.kr

20일 오전 서울 마포구 망원동 작업실에서 만난 만화가 마영신.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20일 오전 서울 마포구 망원동 작업실에서 만난 만화가 마영신.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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