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기호 지음/사월의책·2만원 대표적인 서양 근대 철학자 게오르크 프리드리히 헤겔(1770~1831)에게 따라다니는 꼬리표가 있는데, 그가 전체주의와 왕정복고를 옹호하는 프로이센의 국가 철학자였다는 점이다. 이런 주장을 하는 사람들은 헤겔의 저작을 근거로 제시하는데, 대표적인 것이 <법철학 개요>(1821)에 등장한 유명한 구절들이다. 국가란 “구체적인 자유의 현실”이며 “이성적인 것은 현실적이요, 현실적인 것은 이성적”이라는 헤겔의 말은 곧 프로이센에 적용되는 것으로 해석되었다. 이런 곡해를 주도한 것은 루돌프 하임의 <헤겔과 그의 시대>(1857)였다. 하임은 저술 목적이 ‘프로이센 국가와 헤겔 이론의 친화성’을 폭로하는 것이었다고 밝힌다. 특히 카를 포퍼가 쓴 <열린 사회와 그 적들>은 헤겔을 독일 나치즘의 인종주의와 전체주의의 사상적 선구자로까지 지목하며 이런 고정관념을 확대 재생산했다. 독일 보훔대학교에서 헤겔 연구로 박사 학위를 받은 남기호 연세대 인문학연구원 교수가 쓴 <헤겔과 그 적들>은 이와 같은 헤겔상이 사실과 다르다는 점을 밝히는 책이다. 남 교수는 헤겔이 <법철학 개요>를 둘러싸고 개혁에 반대했던 왕정복고주의자, 민족주의자, 정치신학자 등 논적들과 벌인 대결을 재조명한다. 이를 통해 헤겔의 <법철학 개요>가 봉건 질서를 넘어서 근대 민주국가의 본질을 철학적으로 제시하는 저서였기에 논적인 복고주의자들에게 ‘불온’한 철학이라고 공격받은 사실이 명확하게 드러나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남 교수는 헤겔과 그의 논적들이 쓴 글만이 아닌 당시의 상황과 헤겔의 주변 인물들의 상황, 헤겔의 법철학 강의 필기문, 최근의 연구 성과 등을 세밀히 살핀다.
알려지지 않은 화가가 그린 헤겔의 초상. 출처 위키미디어 코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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