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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신자유주의, 탐욕과 이윤을 축복하다

등록 2019-05-10 06:01수정 2019-05-10 19:43

우주의 거장들-하이에크, 프리드먼, 그리고 신자유주의 정치의 탄생
다니엘 스테드먼 존스 지음, 유승경 옮김/미래를소유한사람들·2만3000원

하나의 유령이 세계를 떠돌고 있다. 신자유주의라는 유령이. 자유시장의 무오류성을 맹신하는 만국의 자본가와 이론가, 지배 권력이 그 유령을 수호하려 신성동맹을 맺었다…. 식상한 느낌은 있지만 ‘신자유주의’는 <공산당 선언>을 패러디하는 데 제격이다. 누구나 ‘신자유주의’를 말하지만 누구도 그것을 정확히 설명하지 못한다. 일상을 파고드는 사회·경제적 흐름은 분명하나, 아직까진 그 개념조차 엄밀하게 합의된 게 없다.

영국 출신 역사학자이자 공공정책 연구자 다니엘 스테드먼 존스의 <우주의 거장들>은 신자유주의의 기원과 전개 과정을 세계사적 맥락과 경제사상의 흐름으로 세밀하게 분석하고, 그것이 보수주의 정치와 결합한 배경과 한계를 짚어낸다. 작은 정부, 감세와 긴축재정, 구조 조정, 유연한 노동시장, 규제 철폐, 자유무역, 자본시장 개방…. 오늘날 신자유주의가 마법의 주문처럼 외는 처방전이다. 이처럼 우아한 용어들은 사실 공공 지출과 복지 축소, 손쉬운 해고, 제어되지 않는 탐욕, 불공정 교역, 금융 투기 같은 말과 동전의 양면을 이룬다.

2012년 3월 세계 금융의 심장부인 미국 뉴욕 월스트리트에서 열린 ‘오큐파이’(점령하라) 시위에 참가한 반세계화 활동가와 시민들이 “사람들이 아닌 은행의 담보를 빼앗아라”고 쓴 펼침막을 들고 행진하고 있다. 출처 flickr
2012년 3월 세계 금융의 심장부인 미국 뉴욕 월스트리트에서 열린 ‘오큐파이’(점령하라) 시위에 참가한 반세계화 활동가와 시민들이 “사람들이 아닌 은행의 담보를 빼앗아라”고 쓴 펼침막을 들고 행진하고 있다. 출처 flickr
존스는 신자유주의를 “개인의 자유와 제한된 정부를 기반으로, 인간의 자유를 경쟁적 시장에서의 합리적이고 이기적인 행위자의 행동과 연결 짓는 자유시장 이데올로기”라고 정의한다. 그 뿌리는 20세기 전반, 양차 세계대전과 대공황, 파시즘과 전체주의의 등장으로 세계가 흉흉했던 시절에 가닿는다. “개인의 자유에 대한 고전적 자유주의의 책무에 충실한 새로운 자유주의의 재건”이 목표였다. 하이에크, 프리드먼, 칼 포퍼 등 쟁쟁한 사상가들이 이론 토대를 제공했다. 국제통화기금, 세계무역기구, 세계은행 등은 강력한 집행기구다.

신자유주의자들은 정부의 시장개입과 공공정책을 집단주의적 해악으로 규정하고 자유시장의 자기결정 능력을 신격화한다. 그렇게 “탐욕과 이윤은 축복받는 것이 되었다.” 범 케인지언 경제이론을 거세게 비판하는 이런 관점에선 “노조도 노동시장을 왜곡시키므로 유해”하다. 이들은 그러나 “중상위 소득층이 국가보조금 세금 제도를 통해 빈곤층보다 더 많은 혜택”을 누렸고 “1980년대를 거치면서 가장 가난한 사람으로부터 부유한 사람으로 재분배”가 일어난 사실은 외면한다.

“자유시장주의가 지배하는 이 ‘멋진 신세계’의 역설은 그것이 보수주의 정치인들이 혐오하는 모든 것을 만들어낸다는 것”이다. 불안전, 사회적·성적·문화적 변동, 폭력, 공동체의 붕괴…. 지은이는 “자유시장으로 표현되는 개인의 자유에 대한 신념일지라도, 신념에 이끌려 사회적, 경제적 문제에 둔감한 모델을 외곬으로 적용해선 안 된다”고 말한다. “인간의 절박한 필요를 충족시킬(…) 이성에 기반한 정책을 회복”하자는 이야기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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