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클라센 그림, 맥 바넷 글, 서남희 옮김/시공주니어·1만5000원 세 친구가 숨바꼭질을 했어. 규칙이 하나 있었어. 뒤에 있는 폭포에는 들어가지 말자는 것. 술래 말이 그 안은 너무 깜깜하대. 그런데 숫자를 세는 동안 한 친구가 폭포로 들어갔어. 술래는 용감하게 녀석을 찾으러 폭포로 들어갔지. 보이는 것이라곤 눈동자밖에 없는 어두컴컴한 곳에서 술래는 결국 녀석을 찾아 “넌 왜 이렇게 제멋대로야?”라고 따졌어. 아무 말 없는 녀석한테 미안해진 술래는 “앗, 미안해. 너무 심했던 것 같아. 너는 좋은 친구야”라고 사과했지. 그런데 이 말을 들은 친구가 술래 뒤에서 “고마워” 하는 거야. 그럼 둘 앞에 있는 이 눈동자는 대체 누구 것이지? 마치 공포영화의 한 장면 같다. 하지만 이는 존 클라센과 맥 바넷의 새 어린이 동화책, <동그라미>의 줄거리다. 공포영화와 차이라면? 술래는 동그라미, 동굴에 숨은 친구는 세모, 다른 친구는 네모라는 것이다. 단순한 모양들이 벌이는 이야기이기 때문에 이 동화는 무서움 대신 생각을 불러들인다. 둘이 껌껌한 곳에서 만난 것은 무슨 모양이었을까? 우리는 이런 경우를 겪은 적은 없을까? 동굴 속에 있을 뿐인 친구를 내 마음대로 상상해서 무서운 존재로 낙인 찍어버리고 말았던 경험 말이다. 모양과 무서움을 이렇게 신선하게 결합한 그림책을 탄생시킨 존 클라센과 맥 바넷은 미국어린이도서관협회에서 매년 가장 뛰어난 그림책에 주는 ‘칼데콧상’을 이미 여러 번 수상한 노련한 작가들이다. <동그라미>는 두 사람의 ‘모양 이야기’ 삼부작 가운데 <세모>, <네모>에 이은 마지막 작품이다. 장난기 많은 세모, 우직한 네모에 이어 생각 깊은 동그라미로 이어지는 세 작품은 단순한 모양들이 겪는 좌충우돌 이야기를 통해 사람마다 다른 다양성과 모두 겪는 일들의 보편성을 함께 담았다. 0~7살. 권오성 기자 sage5t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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