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정훈 지음/한겨레출판·1만5800원 더 나은 질문을 위해 고민하지 않는 이와 더 나은 답을 만들어가긴 어렵다. 질문의 자리에 상상을, 답의 자리에 현실을 두어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출판평론가이자 번역가 표정훈의 오랜 취미가, 상상이다. “그림에 숨겨진 이야기를 상상하기, 이야기에서 그림을 상상하기”. 동서양 철학·역사·문학을 가로지르며 “상상의 행복과 행복의 상상은 같다고 믿는다”. <혼자 남은 밤, 당신 곁의 책>은, 책이 그려져 있는 회화 38편을 통해 텍스트와 그림의 문화사를 써내려간다. 그림 속 책은 특정되기도 하고, 당대 출판문화에 견주어 추정되기도 한다. 인물 간 대화를 그려보거나, 그림 속 상황을 드라마처럼 각색도 한다. 이렇게 유연한 상상을 팽팽하게 촉진하는 건 풍부한 인문지식이다.
“세상과 삶은 놀라움으로 가득하다. 나는 눈을 크게 뜬다. 그리고 바라본다.” 소포니스바 앙귀솔라 <자화상>(1554) 한겨레출판 제공
소설을 통해 시대를 읽었던 독서광 고흐가 말한다. “우리는 읽을 줄 알잖아. 그러니까 읽어야지.” 빈센트 반 고흐 <석고상, 장미꽃, 소설 두 권이 있는 정물>(1887)
“보통 사람이 추구하기 힘든 길, 철학자의 고독한 길이다. (…) 그림 속 스피노자가 걷는 길을 걸을 것인가? 아니면 그를 바라보는 사람들 사이에 설 것인가? 자꾸만 뭇 사람들 사이에 서고 싶어진다.” 사무엘 히르첸벨프크 <파문당한 스피노자>(1907)
“정신의 날을 벼리는 것만이 독서의 효용이나 목적이 아니다. 마음의 결을 한가로이 고르는 것 역시, 아니 그것이야말로 독서의 진정한 기쁨일 수 있다.” 윤덕희 <독서하는 여인>(18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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