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희 정부 시절 정·관·재계 거물이 드나들던 요정의 호스티스. 1970년 가슴과 머리에 총상을 입고 사망한 채 발견된 그녀를 죽인 사람은 누구였을까. 아니, 죽은 사람은 정인숙이었을까?
30일 실화 소재 웹 소설 프로덕션 팩트스토리가 정인숙 사건을 모티브로 한 실화소재소설 <스캔들, 도시의 연인>의 전편이 공개됐다. ‘정인숙 살해 사건’은 한국 현대사의 원조 권력형 섹스와 살인 스캔들로 꼽히는 사건이다.
사건 당시 특권층의 상징이었던 회수 여권과 함께 발견된 수첩에는 정일권 총리 등 당시 정·관·재계 인사 수십 명의 이름이 적혀 있었다. 아울러 미혼인 정인숙에게 3살배기 아들이 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권력층의 청부 살인이 아니냐는 의문이 당시에도 제기됐다.
살해범으로 지목된 친오빠가 유죄 판결을 받지만, 그는 훗날 범행을 부인한다. 정인숙 사건은 국가정보원 과거사위 등에서 조사된 적도 없어, 아이 친부의 정체, 수첩의 진실은 미스터리로 남아있다.
팩트스토리는 이렇게 기획의도를 밝혔다. “무엇보다, 추상적인 피해자를 살아있는 인간으로 그리고 싶었다. 49년 동안 사람들은 정인숙씨 살해의 진범과 음모론에 대해서만 말해 왔다. 반면 살해 범죄의 피해자 정인숙은 흐릿한 실루엣으로만 존재해왔다. 이유가 있다. 정인숙씨 개인에 대한 사실관계는 과거부터 지금까지 거의 드러난 것이 없다. 그는 어떤 성격의 사람이었을까? 어떤 고민을 했던 여성이었을까? 1970년대 박정희 정부, 그의 반대자, 언론계의 남성들이 이구동성으로 묘사했듯 그저 ‘요부’였을까?”
정인숙씨는 공무원의 딸로 태어나, 5·16 쿠데타로 가세가 몰락하였으며, 4년제 대학 국어국문학과를 다녔고 영어를 잘했던, 당대에 흔치 않았던 여성이었다. 그의 죽음을 둘러싼 정황과 관련해 드러난 사실관계는 엉성했다. 그의 실체가 세상에 드러나지 않기를 바라는 고위층 남자들이 많다는 의혹이 1970년대부터 국회에서도 나왔다.
‘만약 그때 죽은 이가 정인숙이 아니었다면?’이란 상상에서 출발하는 <스캔들, 도시의 연인>은 요정정치의 시대는 지나갔지만, 여전히 권력과 돈에 의해 희생되는 여성들이 존재하는 오늘을 돌아보게 한다.
저자 박세림 작가는 2012년 콘텐츠진흥원 신화창조 스토리 공모대전 우수상을 받으며 데뷔하여 현재 소설, 웹툰, 애니메이션, 영화 등을 넘나드는 작가로 활동하고 있다. 주요 작품으로는 <타인의 진실>, <조선에 핀 백합>, <마녀보감>, <뷰티풀 뱀파이어> 등이 있다.
실화 소재 웹 소설 프로덕션 팩트스토리는 실존 인물과 실제 사건을 소재로 한 웹소설, 웹툰을 제작해왔다. 지난해 공개한 프로파일러 전기 <악의 해석자>와 재한일본인처 르포인 <나는 아오키 츠네다> 이후 세 번째 작품이다. 앞선 두 작품은 모두 100% 실화에 해당하는 실화 논픽션이었으나, 이번 작품은 팩트 70~80%에 상상의 내용을 20~30% 넣은 실화 소재 웹 소설(팩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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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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