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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세상에서 가장 큰책 ‘수목원’ 그 나무 밑에 누워야죠”

등록 2019-04-17 19:24수정 2019-04-17 19:27

창립 40돌 나남출판사 조상호 회장
회고록 ‘숲에 산다: 나남수목원’ 펴내
창립 40돌 맞아 회고록을 펴낸 나남출판사 조상호 회장.
창립 40돌 맞아 회고록을 펴낸 나남출판사 조상호 회장.
“학생운동을 하다가 제적되고 직업선택의 자유도 없어 1979년 5월5일 출판사를 창업했어요. 몇달 뒤 ‘10·26 쿠데타’가 터졌는데, 곧바로 사찰담당 정보과 형사들이 화해를 청하더군요.”

1980년대 한국의 사회과학 전성시대를 통과하며 커뮤니케이션이론 등 사회과학 책을 펴내온 나남출판이 오는 5월5일 창립 40돌을 맞는다. 17일 오전 서울 인사동 관훈클럽 신영연구기금회관에서 기자간담회를 연 발행인 조상호(70) 회장은 상기된 얼굴로 소감을 밝혔다. 그는 창립 40돌 기념으로 자신의 인생과 철학을 담은 책 <숲에 산다: 세상 가장 큰 책 나남수목원>도 최근 펴냈다.

“박정희 군사문화 악령에 희생당한 대학생이 이제 칠순의 은발이 되었습니다. 그 덫에 걸려 주술의 끈을 끊어내려고 열심히 살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언론출판의 모서리였을지언정 40년동안 3500권의 책과 더불어 살았으니 후회는 없습니다.”

조 회장은 출판사를 만든 지 1년 만에 전두환 정권의 언론대학살에 걸려 등록 취소 위기를 겪기도 했지만 간신히 살아남아 1988년 계간 <사회비평>을 창간하는 등 사회의식이 강한 책들을 주로 펴냈다. 나남의 첫 베스트셀러는 박경리 장편소설 <김약국의 딸들>(1993)이었다. 2년 만에 40만부 판매를 돌파한 인연으로, 2002년 나남의 최대 베스트셀러이자 박경리 대표작 <토지>를 출간했다.

조 회장은 “그때까지 여러번 판권이 바뀌며 ‘팔자가 센 소설’이라는 소문도 있었지만 2001년 10월, 60만부 판매금액에 해당하는 선인세를 내고 출간 계약을 맺었다”고 말했다. 10년간 200만부가 팔려나간 <토지>는 2008년 봄호까지 출간된 계간지 출판과 다른 사회과학 출판의 종잣돈이자 토대가 되었다. 나남의 또 다른 베스트셀러인 미셸 푸코의 <감시와 처벌> 또한 20여년 동안 50쇄를 돌파하며 9만권 이상 나갔다. 나남은 2001년 ‘지훈상’을 제정해 문학과 국학 방면 수상자 1명씩을 선정하고 있다.

포천 나남수목원에서 나무를 키우고 있는 조상호 회장. 사진 나남출판 제공
포천 나남수목원에서 나무를 키우고 있는 조상호 회장. 사진 나남출판 제공
10년 전 경기도 포천 신북의 20만평 수목원에 책박물관을 짓고 나무를 심고 가꾸고 있는 조 회장은 “수목원은 세속의 유혹을 견디고 나를 지키는 출구였다”며 “지난 40년 지성의 향기를 나누었다면 이제 생명을 가꾸며 ‘세상에서 가장 큰 책’을 만들어 어느 나무 밑에 묻힐 때까지 이 길을 가고 싶다”고 말했다.

이유진 기자 fro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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