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한국의 불평등-급변하는 시장과 가족, 지체된 사회정책구인회 지음/사회평론아카데미·2만원
2014년 출간된 토마 피케티의 <21세기 자본>의 전 세계적 열풍으로 자본 불평등은 불평등 연구에서 핵심 주제로 떠올랐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도 자본 불평등이 불평등 연구에 가장 중요한 주제라고 볼 수 있을까.
구인회 서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도 우리나라가 상속자본주의의 단계로 이행하고 있다는 점을 인정하기는 한다. 하지만 아직 우리 현실에선 자본소득의 비중이 전체 소득 불평등을 설명하는 결정적인 요인으로 등장하지 않았다고 본다. 이는 오랜 기간 자본이 축적되어온 서구 국가들과 비교하면, 우리나라는 해방 직후 일본인 적산의 불하, 한국전쟁으로 인한 대량 파괴, 농지개혁으로 자산의 소유 분포가 하향 평준화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구 교수가 최근 출간한 <21세기 한국의 불평등>에서 다양한 가계소득조사 자료의 분석을 통해 1990년대 중반 이후 20년의 기간 동안 일어난 한국의 소득분배 변화 양상을 검토하는 이유다.
구인회 서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한겨레 자료 사진
한동안 전문가들 사이에선 1990년대 이후 우리나라 소득분배 추이에 대해 빈곤은 악화하였지만 불평등은 심하지 않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이는 가계동향조사를 분석하여 나온 의견이었는데, 최근 가계금융복지조사 등 다른 자료들이 등장하며 이런 지배적 의견은 무너졌다. 구 교수의 연구에서 바로잡은 2011년 지니계수는 0.37로, 그리스나 스페인 같은 남유럽 국가보다 높은 수준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중에서 가장 소득 불평등이 심한 상황이다. 이런 차이는 설문조사 방식의 가계동향조사에서 고소득자들이 자신의 소득을 낮게 밝히기 때문에 일어나는 일이라고 그는 분석한다. “지니계수로 본 소득 불평등 악화에는 비노인 인구집단 사이의 분배 악화가 중요하게 작용한 것으로 보이고, 빈곤 악화에는 노인 집단의 규모 증가와 빈곤 위험 증가가 상당한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노동시장에서의 근로소득을 봤을 때, 1990년대 중반 이후 피용자의 임금 불평등도가 크게 악화하였고, 자영업자의 지위 하락, 고용여건 하락으로 비취업인구 증가 등이 근로소득분배를 악화하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또한 정부와 대기업은 성장주의 논리로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임금 격차 축소나 비정규 고용 제한, 최저임금 인상 요구를 희생시켰다. “특히 규제 완화 등 재벌기업 중심의 성장 정책이 지속되면서 경제력 집중은 심화되었고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양극화와 노동시장의 이중구조가 고착되었다.” 이런 개인 근로소득분배 악화는 가구 근로소득분배와 노인의 소득분배 악화로 연결되고 있다.
구 교수는 극도로 악화한 근로 저소득층과 노인 저소득층 문제 해결, 여성고용과 일/가족 양립 지원을 통한 소득 격차 완화, 아동 보육·교육 공공투자 강화를 중요한 정부의 정책 과제로 꼽았다. 이를 위해서는 필연적으로 증세 전략으로의 전환이 요구된다는 것이 구 교수의 결론이다.
김지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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