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혜순 지음/문학과지성사·9000원 김혜순(사진)의 새 시집 <날개 환상통>에는 2년 전 시인이 연루되었던 ‘5·18문학상’ 소동의 그림자가 아른거린다. 아니, 단지 아른거리는 정도가 아니라 그 일이 이 시집을 낳았다 해도 좋을 정도로 그 사건의 존재감은 뚜렷하다. “하이힐을 신은 새 한 마리/ 아스팔트 위를 울면서 간다// (…)// 그들은 말했다/ 애도는 우리 것/ 너는 더러워서 안 돼”(‘날개 환상통’ 부분) 2017년 4월 5·18기념재단은 김혜순의 시집 <피어라, 돼지>를 5·18문학상 수상작으로 발표했다. 그러나 친일 문인 기념 문학상 반대 운동을 펼치는 일부 문인이 김 시인의 미당문학상 수상 경력 등을 근거로 수상 ‘자격’을 문제 삼자 김 시인 스스로 수상을 사양한다는 뜻을 재단에 전했다. 표제작과 ‘찢어발겨진 새’ 등 여러 작품에서 그 일이 남긴 상흔이 엿보인다. “내 시집을 찢어 새를 접어보는 나날/ 나는 <피어라, 돼지>를 날립니다// 새는 아무도 안 보는 곳에 가서 혼자 죽습니다/ 내 시집도 아무도 안 보는 곳에 가서 죽습니다/ 죽기 전에 이미 실컷 두드려 맞았습니다”(‘찢어발겨진 새’ 부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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